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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든 지방 의회 의원이든 지역 주민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지역을 위해 일하고 싶어도 당선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한계를 가진 것이 정치인인 이상 주민들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선거철에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후보들의 요란함을 이해하려고 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표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이나 지방 의회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소신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 소신은 진정으로 그 지역을 위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과 더 나아가서 나라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할 것이고요. 그런 경우 때로는 주민들의 의견과 충돌을 일으키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표를 잃는 한 이 있어도 정말 지역과 나라를 위하는 일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 말입니다.
문제는 그런 소신을 가진 정치인들을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지역 정서에 따라 자신의 색을 새롭게 덧칠하고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정치인들로 가득합니다. 무조건 많은 표를 얻는 것을 지상 목표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로는 지역 여론에 의해 끌려가기 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지역 여론을 끌고 가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없는 것입니다.
최근 충청도 지역에서는 그런 현상들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이후에 한나라당 소속 지방 의원들이 탈당이 그 한 예입니다. 대전시의회 송재용(유성구 1) 부의장, 오영세(동구 2) 산업건설위원장, 곽영교(서구 2) 의원 등이 세종시 투쟁대열에 합류한다며 탈당을 했는데 저는 그것이 소신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되질 않습니다.
저는 탈당한 의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로 세종시 수정안이 충청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탈당한 것인지 아니면 충청도민들의 표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서 이탈할 것을 예상하고 탈당한 것인지 말입니다. 만약 전자라면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마음이 없습니다만 후자라면 철새 정치인의 반열에 들어갔음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충청도민들 입장에서 행정복합도시를 원했다가 수정안이 발표되었기에 마음이 불편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충청도에 기업들과 대학들을 유치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 정책들은 타지방에서 볼 때는 충청도에 너무 많은 혜택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의 것들이며 충분히 반발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충청도민들도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지요?
특히 충청도 지역에서 지도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그런 충청도민들을 설득하고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냥 탈당을 해버리니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세월이 지나 충청도의 여론이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면 다시 입당계를 낼 사람들이라고 하면 모욕이라고 하겠지요?
대한민국은 충청도 하나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너무 과한 요구와 시위는 나라를 균열시킬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요? 물론 우리나라가 서울 하나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동안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로서의 역할을 해왔고 이제 와서 그것을 비판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충청도와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 지도자가 되어야 지역도 살고 나라도 발전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