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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직전 원내대표인 홍준표 의원이 차기 당권을 놓고 경쟁을 벌일 태세다. 일부에서 2~3월 조기전대론까지 흘러나오면서 벌써부터 물밑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다.
같은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냈지만 둘의 통치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대야협상에 있어 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둘 간의 당권경쟁도 상당히 흥미롭다. 일본 전국시대에 빗대보면 안 원내대표는 책략가이자 강경파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 홍 의원은 온건파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에 비유된다. 현재 둘 사이도 히데요시와 이에야스 사이 만큼이나 좋지 않다.
안 원내대표는 일단 야당과의 협상에 부딪혀 보되 여의치 않으면 즉각 강경자세로 돌입한다. 특히 친이계인 만큼 청와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는 부분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에선 좋은 인재다. 지난 연말 예산정국에선 민주당과 협상이 가뜩이나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예산 연내 처리’ 주문에 압박을 받은 그는 결국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다. 협상 과정에서도 “협상이 안 될 경우 단독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처럼 밀어붙이는 방식을 택한 그는 친이계 강경파로부터는 칭찬을, 친박계나 야당으로부터는 쓴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예산정국 이전에도 그는 줄곧 강경대응을 천명해왔다.
그의 특유의 강단 때문에 야당과의 협상이 번번이 결렬되곤 했지만, 덕을 본 경우도 종종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정국이나 쇠고기 파동 당시 강경책을 택한 그의 책략은 야권으로부터의 더 큰 공격을 막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히데요시는 주군인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충신이다. 노부나가 만큼은 아니었지만, 히데요시 역시 상당히 강경한 정치를 폈다. 지략가이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앞섰다고 한다. 히데요시는 쿠데타로 노부나가가 죽자 곧바로 복수를 준비하고 전쟁을 일으켜 일본을 통일시켰다. 일본에서는 높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임진왜란을 일으킨 원흉으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 더불어 일본인 중 가장 증오하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반면 홍 의원은 명확하게 가부가 가려지면 밀어붙이기도 하지만 가급적 대화를 강조하는 평화주의자다. 이런 성격 탓에 당 강경파로부턴 다소 비난도 받았지만 당내 온건파와 야당으로부터는 특유의 ‘협상력’을 인정받았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가 바로 작년 1월7일 있었던 3개 교섭단체간 협상문 채택이다. 이 협상문 덕에 2008년 12월 18일부터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중동의안 단독상정 이후 20일간 파행됐던 국회가 정상화됐다.
당시 합의문에는 한미FTA 비준안을 비롯해 미디어관련법안 등 쟁점법안들에 대한 처리방안이 포함됐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 부분을 야당에 양보함으로써 평화를 택했다. 대화와 협상이 우선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런 탓에 친이계로부터 손가락질도 받았지만 당시 그는 “여당이 많이 참은 덕분에 무사히 합의안을 만들 수 있었다”며 중재안을 지지해 준 당내 의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이에야스는 히데요시가 살아 있을 당시 2인자였다. 이에야스는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을 통해 ‘평화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 다소 미화된 부분도 있으나 그는 히데요시와는 달랐다. 내심 쿠데타도 꿈꿨으나 그는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히데요시가 죽자 그는 혈통이 불분명한 히데요시의 아들을 죽이고 가문을 멸한 뒤 에도 막부 시대를 열었다. 이에야스는 당시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갈등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특히 생전에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며 괴로웠던 심정을 토로한 그의 말은 후대에도 기억되고 있다.
홍 의원은 합의문이 채택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월5일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가운데 “새가 울지 않을 때 노부다가는 죽인다고 했고 히데요시는 울게 만든다고 했고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며 “앞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식으로 야당과 협상 하겠다”고 했다.
홍 의원이 언급한 새가 울지 않을 때의 대처방법은 일본 전국시대 주역인 3인방이 어떤 인물인가를 축약해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당시 한 책략가가 물었다. “만약 울지 않는 두견새가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에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라면 죽인다”고 했고 히데요시는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만들면 된다”고 했으며 이에야스는 “울지 않는 새가 있다면 그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라고 했다.
급한 성격과 과단성을 가진 노부나가, 여기에 지략을 더한 히데요시, 때를 기다리는 참을성 있는 전략가 이에야스의 면모를 보여준다. 차기 한나라당 대표에는 어떤 리더십의 지도자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