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결국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국회는 본회의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가 두 차례나 연기 되는 등 개최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문제의 핵심은 예산 부수법안 심사기일 지정 때문이다. 당초 한나라당은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뒤 김형오 국회의장이 예산 부수법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다. 예정된 수순대로 한나라당은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고 예산부수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를 기다렸다. 이와 관련해 김 의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까지 심사기일을 정하고 직권상정을 준비했지만 기일지정 공문이 이미 법사위원회가 산회된 때 발송되면서 기일지정 자체가 국회법에 따라 무효가 돼버린 셈이다.

    아울러 한 번 산회가 선포된 상임위는 ‘1일 1차 회의’ 원칙에 따라 이날 다시 회의를 여는 것이 불가능해 회의를 열려면 자정을 넘겨야 한다. 한나라당도 사실상 이 같은 원칙을 인정하는 분위기여서 예산안 연내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의견이 분분한데 자정 넘겨서 처리하자는 의견이 상당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과 김 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차수 변경한 뒤 1일 새벽에 새로 법사위에 심사기일을 지정하고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는 시나리오로 갈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에 올라온 80여 건의 일반 안건을 처리하는 와중에 자정을 넘겨 차수 변경해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김 의장이 20건의 예산부수법안 가운데 9건만 심사기일을 지정하면서 정부 등 여권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아 또 다른 쟁점인 노조법 등에도 심사기일 지정을 확대 적용할 여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면서도 한편에선 한나라당이 최종적으로 심사기일 지정이 유효한 것으로 결론내리면 이날 예산처리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어서, 야야는 여러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고 있다.

    한편 여야는 예산안 처리때 예결위 회의장을 임시로 옮겨 단독 처리한 한나라당의 행위를 두고도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오늘 간사 합의가 있었느냐. 위원회 의결이 있었느냐. 아니면 충분한 공지가 있었느냐”며 “단지 김광림 의원이 이야기하고 뛰어간 것이 다다.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예결위 한나라당측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정상적으로 예결위 전체회의를 개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245호실로 옮긴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7시께 국회본청 245호실에서 의원총회를 연 뒤 곧바로 예결위 회의장을 이곳으로 옮긴다고 민주당에 통보, 292조8000억원 규모의 자체수정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