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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이 재판을 하는 데 있어 판사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판결을 내리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모범 답안을 만들어 놓고 그대로 판결할 만큼 재판 내용이 규격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에 획일적인 판결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판사들의 멋대로(?) 판결은 그냥 두고 보기에 너무 큰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그와 같은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논란 주인공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의 성지용 부장판사입니다. 성 판사는 언니가 사망한 뒤 형부와 사실상 부부로 살아온 처제가 형부의 연금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는데 그것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재판부의 판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A씨가 형부 B씨와 조카를 위해 살림을 도와주다 가족처럼 함께 살게 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이들의 사실혼 관계를 금지해야 할 윤리적 이유보다 유족의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이라는 연금 본래 목적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민법이 형부와 처제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어 일반적으로는 A씨를 공무원연금법이 정한 수급권자로 볼 수 없지만, 근친혼을 금지해야 할 이유보다 더 중요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봐야 한다.”
성 판사는 분명히 민법이 형부와 처제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기에 공무원연금법이 정한 수급권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더 중요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로 봐야 한다고 하는데 언제 판사에게 법을 벗어나는 판결을 내릴 권한이 부여되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판사가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것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가 아닌지요. 판사는 분명히 초법적인 존재가 될 수 없는 것 아닌지요.
위와 같은 판결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돈을 받아내려고 형부와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하는 제2, 제3의 사례가 발생할 경우 그때는 어떤 판결을 내려야하겠는지요. 가뜩이나 도덕성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인데 도덕성을 지켜야할 법원에서 판사 개인의 엉뚱한 생각에 의해 판결이 내려지고 있으니 통탄할 만한 일입니다.
사실혼 관계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해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법적으로 한계 지어진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더 중요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봐야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 않겠는지요. 그리고 판사들이 그런 식으로 개인 성향에 따라 법을 초월하는 판결을 내리게 된다면 법치국가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겠는지요.
언니가 세상을 떠난 후 형부의 집에 드나들며 집안일을 도와주다 사실상 부부로 살았고 퇴직 후 연금을 받아오던 형부 사망 후 처제의 처지가 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결을 내린 판사를 비판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너무 매몰차게 몰아붙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응을 보일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법이란 것 자체가 인정에 매여 판결을 내릴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형이 죽은 후 형수와 그 가족을 보살피면서 사실혼 관계로 살았다면 그 경우에도 위와 같은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지요. 만의 하나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대체 가족간의 도덕성이란 것은 무슨 의미가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요. 판사가 자기 성향에 따라 일반적 상식선을 넘어서는 판결까지 내릴 수 있는 현 구조는 분명히 시정되어야 합니다. 판사는 튀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법과 규범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할 때 판사의 일방적인 판결을 견제할 제도가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