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에 대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입장은? 15일 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정 대표에게 쏟아진 질문이다.

    한나라당의 세종시 입장은 10·28 재·보선 전후로 크게 달라졌다. 선거 이전만 해도 '원안대로'가 당론이었으나 선거 뒤 당내 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수정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이 문제는 당내 친이-친박간 갈등을 부추겼다. 당을 이끄는 정 대표로선 정부가 예고한 수정안 발표시기인 1월이 다가올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 ▲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연합뉴스

    그래서인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정 대표의 인사말은 짧았다. 취임 기자회견 때 미리 회견문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던 것과 달리 이날 100일 기념 회견에선 회견문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다. 인사말은 4분여만에 끝냈다.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메모지에 세종시 문제는 빠졌다.

    그러나 곧바로 진행된 취재진의 질의응답은 세종시 수정 문제에 집중됐다. 정 대표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나와도 충청 여론이 변하지 않으면 (수정이) 안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대표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원안과 수정안 중 (내가) 수정안 쪽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본다면 내 생각이 아니다. 내 불찰일 수 있는데 (나는) 정부가 1월 중 대안을 발표한다고 하니까 당 공식 입장은 (정부의 대안발표 뒤) 정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 상황에선 원안과 수정안 중 어느 쪽도 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현행 계획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과 (정부가 발표할) 수정안을 지지한다는 것은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입장 표명을 정부 수정안 발표 뒤로 미룬 것이다. 현 시점에서 당 대표가 어느 한 쪽 손을 들 경우 당내 친이-친박 갈등만 더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읽힌다. "당내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질문을 받자 "빠른 시일 내에 (친이-친박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것은 아쉽고 유감"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세종시의 원안 추진에는 부정적 입장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상황이 급변했다. 지금 상황에서 대표의 생각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말하기 송구스럽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대표는 "야당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에 세종시를 원안대로 하겠다는 발언을 많이 했는데 (지금 와서) 재검토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면서 그러나 "내가 이 대통령의 후보시절 발언을 보니 원안대로 하는 게 문제가 많다는 발언도 많이 했다"고 반박한 뒤 "이 대통령은 5년 단임제 대통령으로 본인 말처럼 후임자에게 이렇게 모순된 정책의 부담을 그대로 넘겨주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고 여러 가지 현행 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했기에 어느 정도 예상된 어려움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정부의 대안 발표 뒤로 미뤘지만 그 역시 현행 세종시안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견 뒤 뉴데일리와 따로 만난 정 대표는 '세종시 입장 표명은 정부 수정안 발표 뒤로 미뤘는데 후임자에게 모순된 정책의 부담을 그대로 넘겨주는 것은 도리가 아니란 이 대통령의 판단에는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은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부 수정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수정안에 찬성한다는 것도 모순 아니냐"며 현 시점에서의 입장 표명은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군으로 분류되는 정 대표이므로 '후임자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란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 배경이 정 대표 입장에선 더 큰 고민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던진 질문이었는데 정 대표는 웃으며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는 쪽에서 차기 대통령이 되지 않겠느냐고 한 것"이라며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