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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2월 8일, 꼭 68년 전 오늘, 나는 평양의 한 중학교의 1학년 학생이었습니다. 그날 아침의 1교시 수업 중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심부름하는 사람하나가 쪽지를 하나 들고 교실에 들어와 가르치고 있던 일본인 카지와라라는 이름의 일본어 교사에게 그 쪽지를 전해주고 사라졌습니다.
그 쪽지를 들여다보는 교사 카지와라의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그는 흥분된 어조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생 제 군, 일본은 미국에 대해 선전을 포고하고 진주만을 폭격, 이미 상당한 승리를 거두었다.” 카지와라는 그날의 수업을 도중에 끝내고 황급하게 교실에서 나가버렸습니다.
중국 땅에서 뿐 아니라 동남아에서, 태평양에서, 대규모의 전쟁을 벌려놓은 일본의 군국주의는 날마다 이기고 또 이기고 있다고 연일 환호와 환상 속에 “감격시대”를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엉터리 보도밖엔 접할 수 없었던 식민지의 소년들은 학교 다니던 4년 동안 공부는 못하고 날마다 “근로봉사”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일본의 군국주의, 침략주의는, 안중근 의사가 <동양평화론>에서 예언했듯이 일단 망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기고만장했던 그날의 일본의 모습은 오늘의 중국을 연상케합니다. 중국은 이미 주체사상의 나팔을 불던 김정일의 북한을 그 품에 안았고, 동북공정이니 압록강·두만강 개발이니 하여 한반도의 통일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1930년대 40년대의 일본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교만한 국가와 국민은 그 눈에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중국을 이길 길은 모색하지 않고 계속 세종시나 4대강 살리기만 가지고 정치인들은 허송세월만 할 것입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