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정부에 비해 국민에게 내세울 만큼 잘 한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느냐"

  • ▲ 김정훈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김정훈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기자가 정부 관료와의 인터뷰 말미에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짧게 해달라'는 질문으로 들리겠지만 12일 여당 국회의원이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한 질문이다. 더구나 정부의 잘못된 일을 꼬집고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 도입한 국정감사장에서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는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감사를 했다. 운영위원장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대신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가 사회를 봤는데 본질의 마지막에 그는 "나도 질의를 해야 하는데 서면질의로 대체하겠다"며 "한 가지만 묻겠다"고 말한 뒤 "현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이 '정말 이런 점은 국민에 내세울 만큼 지난 정부에 비해 잘했다'고 할 만한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느냐"고 물었다.

    정부의 잘못한 점을 꼬집어 시정하기도 부족한 마당에 '시간 줄테니 자랑 좀 해봐라'고 한 셈이다. 더구나 "지난 정부에 비해"란 단서까지 달았다. 국회 국정감사가 '정부 감싸기냐'는 지적은 물론 '전 정권 흠집내는 게 국감 도입의 취지냐'는 비판의 소지가 있는 질문이다.

    김 수석부대표의 이런 질의 뒤 곧바로 의원들 입에선 "그게 질의하는 거에요?"란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졌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은 '기막히다'는 듯 웃었다.

    김 수석부대표는 "여야 의원들이 너무 날카롭게 질문해 사기도 높일 겸해서 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답변을 한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조차 "낯간지럽지만"이란 단서를 단 뒤에야 "잘하고 있다기보다 열심히 하는 사례를 몇가지 들겠다"며 청와대 행정관 근무량, 수석을 비롯한 직원의 예산절감 노력 등을 언급했다. 박 수석은 발언 마지막에 다시 "스스로 말하니까 쑥스럽지만 잘하라는 질책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야당의 정치공세, 여당의 일방적 정부 감싸기 등으로 '국감 무용론'은 매번 제기된다. 이번 국감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무용론을 가장 목소리 높여 외친 쪽은 한나라당이다. 상임위원회별 상시국감제도를 도입하자는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이쯤되면 제도탓만 할 게 아니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