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원안 수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금 모두 불문곡직 ‘친이(親李)’로 낙인찍힌다. 딱히 친이(親李)가 아닌 사람들도. 

    박근혜 씨의 세종시 발언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두 불문곡직 ‘반박(反朴)’으로 분류된다. 세종시 이외의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굳이 ‘반박(反朴)‘이 아닌 사람들도. 

    1960~70년대에는 세상 사람들을 불문곡직 ‘국가관이 투철한 자’와 ‘불수분자’로 갈랐다. 김대중~노무현 시절에는 세상 사람들을 불문곡직 ‘민족 민주 통일’ 진영과 ‘반민족, 반민주, 반통일 수구꼴통‘ 진영으로 갈랐다. 요즘엔 세상 모든 사람들을 불문곡직 ’친이(親李)‘냐 ’친박(親朴)‘이냐로 가른다.

    이게 말이 되나? 그렇다면 ’친이(親李)‘도 ’친박(親朴)도 아니면서 시시비비로 이(李)도 때리고 박(朴)도 때리고 하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설 자리는 없다 이건가?

    박근혜 씨가 대한민국 진영의 유력한 '차기(次期)‘로 부각되는 것을 좋게 여기면서도 그의 세종시 입장에 대해서만은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회주의적 운신(運身)을 싫어하면서도 그의 세종시 원안 수정에 관한 확고한 원칙만은 좋게 평가할 수 있다. 이게 지성사회의 정상성이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현실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친이(親李)’ ‘친박(親朴)’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는 식의 신판(新版) 획일주의, 신판 양극화, 신판 근본주의, 신판 공포정치가 사람들을 겁주고 있다. “우리를 전폭 따르지 않으면 재미없을 것이라고 하는 공공연한 공갈과 함께.

    이 점에서는 우리가 지향했던 세속적(secular) 자유민주 사회의 이상은 분명히 후퇴하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신흥 유사종교 집단 같은 정서와 행태가 가 횡행하고 있다. 

    "신성(神聖)하고 지고지순(至高至純)한 우리를 털끝 만큼도 건드려선 안 된다, 그랬다가는 혼날 줄 알아라..." 하는 컬트(cult)적 광신주의가 당돌무쌍하고도 안하무인격으로 휘젓고 다니는 한, 대한민국의 근대적 민주주의 문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도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