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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 연합뉴스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세종시 수정안’을 본격적으로 꺼내들며 여론몰이에 나선 정운찬 국무총리가 ‘원안 플러스 알파’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만남을 제의했지만, 사실상 박 전 대표가 이를 거절하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 수정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박 전 대표를 한 번 만나서 의견을 듣고 싶다”며 “내 생각을 정리해 설명드리면 박 전 대표가 동의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30일에는 세종시를 전격 방문해 기업들이 입주하기 좋은 자족형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정 총리의 기대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31일 불교행사 참석을 위해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세종시는) 저하고 개인적인 약속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이다. 이것을 뒤집는다는 것은 정 총리께서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 그리고 국민과의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 잘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정 총리의 제안에 대한 거절일 뿐 아니라 정 총리 생각 자체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또 “총리실에서 그제 한 번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는 전갈을 받았는데, 그 다음엔 연락이 없었다”며 “설득하고 동의를 구한다면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해야지 나에게 할 일이 아니다”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전 대표 측근 의원들 사이에선 “정 총리가 건방지다”, “박 전 대표가 몰라서 그런 주장을 한 것이냐. 어린애인줄 아느냐”는 반응이 쏟아졌고, 심지어 “인사청문회에서 치부가 드러나니 세종시 문제로 물타기 하고 있다”는 격한 얘기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 총리가 취임 이후 ‘현장 행정’으로 다소 좋은 평가를 받자, 너무 기대에 부풀어 앞서 나간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이 문제는 정 총리가 총대를 멨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면에서 대선 전부터 불거졌던 친이계와 친박계 간 힘겨루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이는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문제와도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1일 기자와 만나 “세종시 싸움이 결국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간 세력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라며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면서 “정부에서 내놓을 수정안이 산업과 교육 측면을 강화할 것이라고 하는데, 박 전 대표가 흔쾌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차기 대선주자들 간에 신경전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그에 앞서 눈앞의 선거가 우선되는 얘기”라며 “세종시 문제도 그렇고, 선거 앞두고 지도부 개편 문제 등에서 계파 간 부딪힐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친이계 한 재선 의원은 사석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박 전 대표의 말에 다른 의중이 없길 바란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