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부터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 연합뉴스
    왼쪽부터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 연합뉴스

    3선 국회의원 출신 기관장들이 혹독한 국회 국정감사 데뷔전을 치렀다. 주인공은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과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국감에 임하는 태도는 각양각색이었다.

    선후배, 동료 의원들에게 감사를 받은 임 의원은 ‘고자세’로 의원들에 대들다가 퇴장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반대로 이 위원장은 낮은 자세로 고분고분 답변에 임했다. 안 이사장은 중진 의원 출신답게 여유 있으면서도 다소 ‘느물느물’한 태도로 일관했다.

    임인배 “사장 해보시라. 눈물 날 정도로 힘드니까”

    먼저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의원 재직 당시 상임위원회 위원장으로 국감 진행을 맡았을 때와 완전히 뒤바뀐 위치에 섰다. 특히 20일 지식경제위 국감에서 퇴장까지 당하는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만 했다.

    퇴장 발단은 민주당 주승용 의원의 지적에서 비롯됐다. 주 의원은 지난해 감전사고 현황 등에 대한 자료미제출을 문제삼고 따졌다. 임 사장이 “감전사고 통계는 일일이 확인해야 해서 자세한 건 몰라요”라고 말하자 주 의원은 더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 때문에 화가 난 임 사장은 “(질의) 시간에 안 들어가니까 들어보시라”면서 “전기안전공사는 신이 버린 직장이에요. 나중에 사장 한번 해봐요. 눈물 날 정도로 힘드니까”라며 다소 엉뚱한 대답을 했다. 이에 대해 정장선 지경위원장이 답변 제지에 나섰지만 임 사장은 고성을 쏟아내며 말을 이어갔고, 결국 임 사장을 비롯한 공사 임직원에 퇴장 명령이 내려졌다.

    임 사장은 국감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의원을 해봐서 의원들 자존심이 어떤지 잘 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자료를 만들었다”면서 “자꾸 자존심을 건드려서..”라며 감정이 다소 격앙됐던 점을 인정했다.

    이재오, 한껏 자세 낮춰 ‘2인자 이미지 벗기’

    이 위원장은 국감을 계기로 정권실세이자 ‘2인자’로 통하는 본인 이미지를 탈바꿈하는 데 상당 부분 성과를 올렸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19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이 위원장의 ‘정치행보’에 초점을 맞춰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스스로를 실세 2인자로 생각하지 않느냐”며 “이 위원장의 측근이 권익위 직원으로 임용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경찰 신원 조회가 이뤄지는 등 청와대급 특혜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의원 시절이었으면 당연히 가만있을 이 위원장이 아니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 위원장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정중히 답변했다. ‘위원장이 5대 사정기관 연석회의를 정례화 하는 것은 국민권익위가 아니라 국가권력위로 탈바꿈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등 추가질의가 쏟아졌음에도 그는 의원들 말을 끊지 않고 시종일관 저자세로 임했다.

    이어 ‘권익위 홈페이지를 통해 한나라당 재보선 간접 홍보를 하고 있다는 유권 해석이 나오면 책임질 것이냐’는 추궁에 이 위원장은 “이의가 없습니다”라며 선뜻 동의를 표시했고 ‘조직통폐합 과정에서 권익위 기능이 축소되고 위원 임명을 대통령이 맡아서 하고 있다’는 주장에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라며 가급적 의원들과 마찰을 피하려 했다.

    이따금씩 소신 발언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 위원장의 이날 대체적인 답변 내용은 “예”, “잘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등이었다.

    역시 안택수, 3선의 ‘여유’

    안 이사장은 시종일관 얼굴에 ‘여유’가 묻어났다. 의원 시절 위원장도 지내면서 누구보다 날카롭게 질의를 하던 그였지만 증인석에선 집요한 야당 의원들 추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느물느물한 답변으로 의원들 약을 올렸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15일 정무위 국감에서 “중소기업 키코(KIKO) 때문에 문제가 많죠?”라고 물었다. 대개 이런 질의를 받은 피감기관장들은 해명이 앞서는 게 보통이지만 안 이사장은 “네, 많습니다”라며 너무 쉽게 사실을 인정, 조 의원을 당황케 만들었다.

    ‘저는 이렇게 부도덕한 정유사를 국민 이름으로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이어진 질문에도 그는 한참 뜸을 들이더니 “네”라고 짤막하게 내뱉어 김을 뺐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와 통폐합 논의를 지적하며 “이사장님, 독점의 폐해를 아시죠?”라는 ‘민주당 김동철 의원의 송곳 질의도 소용없었다. 안 이사장은 “아까 말씀드렸다가 중간에 끊겨서 말씀 못 드렸는데, 첫째는 금융위기 사태가 진정이 될 때까지 이 논의는…”이라며 할 말 다하면서도 곤란한 질문은 잘 피해갔다.

    안 이사장의 답변을 듣다 못한 김영선 정무위원장이 나서 “질의시간이 짧기 때문에 의원들이 다 질의를 못할 수 있으니까 질의시간에는 의원들의 질의에 포커스를 맞춰서 간략하게 답변해라”고 했을 정도다.

    앞서 안 이사장은 국감 전 친분있는 의원들을 만나 사전 질의내용을 건네받으며 “잘 참아라”는 독려를 받았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