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회의원들의 잦은 해외출장. 국회의원들은 얼마나 자주 해외출장을 나가고, 1회 출장비로 얼마나 사용할까?

    뉴데일리가 22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원 외유 횟수는 2007년 66회에서 2008년 42회로 줄었다가 2009년 9월 현재까지만 42회로 사실상 크게 늘고 있었다.

    올해만 봤을 때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외유를 나간 의원은 총131명(중복 포함)으로 이들에게 지급된 해외출장비(여비+업무추진비)만도 18억1526만원에 이른다. 올해 외유예산이 85억6600만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의원들은 정기국회 이후 막판 무더기 외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의원 1회 평균 출장비는 4322만원으로 파악됐다. 1회 출장비로 최대 2억원 이상 지급받은 경우도 있었다. 작년에는 1회 3억원 이상도 지출됐으며 1억원 이상 고액출장비를 받은 의원은 대부분 국회의장이나 부의장 직책을 갖고 있는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사무처는 불과 한 달 여 전까지만 해도 공개했던 김형오 국회의장의 출장내역은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직책’이라는 이유를 대며 공개하지 않았지만 뉴데일리가 다른 경로를 통해 입수한 자료로 김 의장의 출장내역도 통계에 포함했다. 사무처 관계자는 비공개 사유에 대해 “국회의장은 사실상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직책이다. 대통령도 출장비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출장내역별로 살펴보면 김 의장이 작년 한나라당 김충환 강용석, 민주당 이시종 의원 3명과 함께 11월10일부터 22일까지 13일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의회를 방문해 무려 3억1956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장관급에 준하는 항공비와 숙박비, 교통비, 일비 등과 업무추진비를 지급받았다는 것인데 국회의장이 국무총리 대법원장과 함께 ‘3부 요인’이라고는 하지만 1회 출장치고는 너무 과도한 지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장은 올해에도 한나라당 이주영 김정훈 김기현, 민주당 우윤근,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 등 5명과 1월16일부터 28일까지 13일간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 터키 등 중동 지역을 방문해 2억6627만원을 썼다.

    임채정 전 의장은 2007년 재직 당시 의원 5명과 같이 1월 21일~28일 8일동안 러시아 필리핀을 방문해 1억7145만원을 썼다. 문희상 국회부의장도 한나라당 정갑윤 장광근, 민주당 김진표 박재현 의원과 함께 지난 5월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영국과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을 다녀와 1억203만원을 사용했다.

    5000만원 이상 고액출장비를 사용한 경우도 2007년 20건,2008년 14건, 2009년 9월 현재 14건으로 작년대비 올해 늘어나는 추세다. 이윤성 부의장 등 5명은 지난 3월16일~25일 체코와 헝가리, 불가리아 방문에 9308만원을 썼고,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 등 6명은 9074만원을 들여 1월24일~2월2일 미국과 멕시코를 다녀왔다.

    의원들은 이처럼 국회로부터 공식 지급받는 출장비 외에도 한해 13억원 가량 책정되는 ‘예비비’에서 해외출장 시 1인당 1000달러(21일 원달러 환율 기준 한화 약 177만원)씩을 별도로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가기관과 마찬가지로 국회 예비비는 법적으로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돼 일부가 이런 식의 쌈짓돈 형태로 사용되는 것이다.

    국회가 예산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이유는 특별한 견제기관이 없는 이유가 크다. 국회는 모든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예산을 심의.의결하고 감사를 하면서도 정작 자신들 예산을 감시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감사원 감사는 꿈도 못꾼다. 국회 관계자는 “입법기관 특성상 다른 기관에서 국회 예산을 문제 삼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감사를 한다지만 큰 의미는 없다”면서 “보다 투명한 예산배정과 집행을 위해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의장은 의원 외유에 대한 비판이 크게 불거졌던 지난 3월5일 전체 의원에게 서신을 보내 “외유시 항공기 좌석등급을 한 단계 낮출 것”을 당부했지만 좌석 등급에 무관하게 여비는 모두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당부의 의미가 없었다. 국회 관계자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외유비를 지급하고 있어 의원들이 1등석을 타든 비즈니스석을 타든 지급 여비는 똑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