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서울공장의 연극 '논쟁'이 배우들의 전라 연기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배우들의 노출이 그다지 새롭지 않은 시대지만, 이 작품은 그 수위나 실험성 면에서 파격적인 시도로 제목에 들어맞는 화제를 모은다.

    지난달 29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막을 올린 '논쟁'은 이달 13일 폐막까지 전회 공연이 이미 매진됐다. 보조석까지 빼곡하게 관객이 차고, 주요 포털사이트의 공연 관련 카페에는 표를 구하려는 관객들이 눈에 띈다. 이에 극단 측은 16-27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연장공연하기로 했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은 배우들의 전라 연기 때문이다. 남녀 배우 4명이 전체 공연시간 70여분 중 50분가량이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연기한다. 쉽지 않은 결정을 했을 배우들은 전라로 뛰고 구르며 거리낌 없는 연기를 펼친다. 환한 조명 아래에서 배우들의 벗은 몸을 보는 순간 몸이 굳는 쪽은 객석이다. 그러나 숨죽인 관객들도 극이 진행되면서 이내 알몸을 하나의 의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연출을 맡은 극단 서울공장 임형택 대표는 "호기심으로 왔다가도 연극의 주제를 담아가는 관객도 많다"며 "관객의 외연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가치 있게 평가하며 나체 연기보다는 작품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노출을 감행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굳이 다 벗어야 하는가라는 이견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옷은 사회화의 상징이기 때문에 알몸 표현이 맞다"며 "옷이 가지는 의미를 강화하는 쪽으로 2일 공연부터 작품을 일부 수정했다"고 말했다.

    '논쟁'은 18세기 프랑스 극작가 피에르 드 마리보(P.Marivaux)의 작품으로, 갓 태어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네 명을 격리시켜 자라게 한 후 성인이 되어 서로 만나게 함으로써 남자와 여자 중 어느 쪽이 더 빨리 변심하는가를 실험하는 과정을 그린다. 알몸 논쟁과 마찬가지로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끝없는 논쟁 역시 정답은 없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