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만취상태에서 경찰관과 경비원에게 폭력을 행사, 무기한 실격처분을 받고 근신중이던 정수근이 1군 복귀 후 한달 여만에 또 다시 음주 파문에 휩싸이며 논란을 빚고 있다.  ⓒ 연합뉴스
    ▲ 만취상태에서 경찰관과 경비원에게 폭력을 행사, 무기한 실격처분을 받고 근신중이던 정수근이 1군 복귀 후 한달 여만에 또 다시 음주 파문에 휩싸이며 논란을 빚고 있다.  ⓒ 연합뉴스

    '풍운아' 정수근(32·롯데자이언츠)이 4번 째 사고를 쳤다.

    지난해 7월 16일 새벽 만취 상태로 경비원과 경찰관을 잇따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 '무기한 실격'처분을 받은 뒤 올해 6월 KBO로부터 '사면 조치'를 받아 지난 달 12일자로 1군 경기에 복귀했던 정수근이 복귀 후 한달 여만에 또 다시 음주 소동을 벌여 물의를 빚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1일 오후 11시 45분경 정수근은 일행과 함께 부산 재송동 소재 A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갑자기 웃통을 벗고 소리를 지르며 종업원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정씨 일행은 종적을 감췄고, 경찰은 업주에게 "다시 소란을 피울 경우 신고하라"고 당부한 뒤 소속 지구대(재송)로 복귀했다는 것.

    이처럼 정수근이 복귀 한달 만에 또 다시 물의를 일으키자, 당시 팬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정수근의 징계 해제를 서두른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롯데 구단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먼저 롯데 구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6월 12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정수근의 후반기 출전을 허락한 KBO는 한 마디로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정수근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며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나 곧 상벌위원회를 소집해 정수근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일 KBO사무총장은 "다른 선수라면 경미한 수준에 그칠 사건이나 정수근이라면 문제가 다르다"며 "KBO가 비난 여론에도 불구 정수근의 재능을 살리고자 애썼는데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져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이어 "지난 6월 롯데 측의 요구를 받아 들여 정수근에 대한 '무기한 실격'을 해제할 당시 '두번 다시 이같은 물의를 빚으면 야구계를 떠나겠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정수근으로부터 받았다"면서 "자숙할 시간에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2003년부터 '기행' 잇따라…지난해 경찰관 폭행으로 '삼진아웃'

  • ▲ '그라운드의 악동' 정수근이 복귀 한달 만에 또 다시 음주 소동을 일으켜 팬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그라운드의 악동' 정수근이 복귀 한달 만에 또 다시 음주 소동을 일으켜 팬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정수근은 전과(?)가 여러 차례다.

    지난 2003년 두산 베어스 소속 시절 하와이 전지훈련 중 교민을 폭행해 450달러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으며 2004년 7월 부산 해운대에서는 일반 시민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 500만원의 제재금이 가해지기도 했다.

    2004년 무기한 출장 금지를 받았던 정수근은 고작 20경기 만에 징계가 해제, 선수로 정상 복귀함으로써 당시에도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 KBO의 해제 결정이 성급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그러나 몇년 간 '자숙'하던 정수근은 2008년 7월 16일 새벽 부산에서, '대형 사고'를 치고 만다.

    만취한 상태로 민간인과 경찰관을 잇따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 이른바 '무기한 실격'처분을 받게된 것.

    당시 야구규약 제146조(마약 및 품위손상 행위) 2항에 근거, '무기한 실격선수'로 낙인 찍힌 정수근은 이른바 '삼진아웃제'에 해당, 사실상 선수생명이 끝났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년 연속 500만 관중 돌파를 목전에 둔 KBO와, 플레이오프 4강 진입을 노리는 롯데 구단 측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아 이미 '삼진아웃'처리됐던 정수근은 출장 금지 당한지 390여 일 만인 지난달 12일 1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롯데 구단은 지난 6월 3일 KBO에 "충분히 자숙할 시간을 가졌고 유소년 야구교실에서 봉사활동을 펼쳐 참작할 만하다"며 정수근의 징계 해제를 요청했다.

    롯데 구단의 간곡한 요청을 받은 KBO는 일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 프로야구 발전과 선수 개인의 미래를 고려한 '대승적 차원'에서 정수근에 대한 징계를 전격 철회했다.

    하지만 정수근이 4번 째 사고를 치며 또 다시 음주 파문에 휩싸임에 따라 이번 만큼은 정수근에 대한 '강력한'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수근은 징계 해제가 결정된 지난 6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예전처럼 야구를 즐겁게 하고 싶다”며 “지난번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면 명예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론 절대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또 정수근은 KBO로부터 징계가 해제될 당시 "두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야구계를 은퇴하겠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제출했었다. 따라서 KBO와 구단 측의 징계 조치가 내려지기 이전에, 정수근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입장 표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