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타계, 이보다 석달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로 두 전직 대통령이 무대에서 사라진 이후 우파진영에서는 향후 정치 지형 변화와 활동 방향 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아스팔트 우파'로 불리는 우파진영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DJ-노무현 타계를 좌파세력약화로 보는 건 금물'이라고 강조하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강력한 반좌파 운동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에 대해서도 '이념을 경시하는 듯한 모습'이라며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주로 우파 진영의 이론을 제공하는 학자들은 대체로 과도한 이념 투쟁보다는 우파 자체의 내실을 다지는 데 더 힘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진 반대밖에 할 수없던 환경. 이젠 원래 보수 이미지 찾을 것"

    뉴라이트전국연합 김진수 대변인은 "지금까지의 보수운동이 지난 좌파정권에서 잘못됐던 정책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반대밖에 할 수 없는 운동이었다"며 "이것이 좌파정권에서 국민에게 마치 수구적으로 비쳐졌다면 이제는 원래 보수가 추구하는 방향인 국가부강운동이나 선진국민화 같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정체성을 지키고 선진화, 국민이 부강해지는 논리를 제공하는 게 진짜 보수운동"이라고 정의했다.

    ◇"YS-DJ진영 뭉치는 게 위기, 앞으로 보수단체 단결해 대응해야"

  • 라이트코리아와 국민행동본부도 북한 문제에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남한내 친북세력과 좌경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서는 '좌경화 저지운동'이나 '대한민국 정체성 정립'운동도 병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라이트코리아 봉태홍 대표(사진)는 "여태까지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헐뜯거나 국민이 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운동이 있었는데 두 전직 대통령 서거로 이젠 과거를 다 잊고 화해와 용서라는 측면에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동을 전개해 갈 것"이라고 했다.

  •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사진)는 "DJ-노 전 대통령 타계로 새로운 관점에서의 반성도 일어나고 있고, 한 시대를 마감한 것으로 정리되면서 양측이 전열을 정비하고 반성하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윤 교수는 "지난 10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권이 교체됐지만 좌우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좌-우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 자기성찰적 고찰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그간 DJ-노무현 두 정권이 내놨던 정책의 잘못된 점을 극복해야 한다"며 "가령 민주화라는 단어가 이제는 한쪽만의 점유물이 아니라는 점과 햇볕정책으로 북한에 긍정적으로 접근해야 했는데 다시 한번 그 정책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햇볕정책이란 이름으로 진보진영에서 북한에 애정적 공세를 폈던 점을 비판할 수 있는 토양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DJ생전에는 그렇기 하기 쉽지 않았다"며 "DJ 타계로 북한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과 입장이 조금씩 변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우파진영으로서는 DJ 영향력 때문에 햇볕정책이 비판 여지가 있는데도 부담감을 갖고 눈치를 봤다면 이젠 당당하게 얘기할 건 하면서 좌-우 양 진영이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가 될 듯 하다"고 부연했다.

    ◇"진정한 국민통합 대한민국 정체성 확립에서 찾아야"
     

  • 남주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두 대통령이 떠난 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좌우 합작이 아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좌우합작하면 큰일난다. 이명박 정권은 우파정권인데 이 대통령의 중도라는 것은 좌우를 반반 등분하는 게 아니라 우파를 기둥으로 삼고 좌파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진정한 국민 통합과 화합은 대한민국 정체성 확립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우파 내에서도 분열 갈등이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각자가 건국이념과 헌법 수호 정신을 제대로 수호하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파는 앞으로 이명박 정권 성공을 위해 일해야 할 것"이라며 "이 정권이 잘못하면 근엄하게 꾸짖되 힘들 때는 돕고 조언하면서 10년만에 되찾은 정권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파 콘텐츠 너무 부족…이젠 미래지향적 콘텐츠 개발할 때"

  •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사진)는 "두 대통령은 세상에 없지만 그들이 남긴 유산이 있어서 좌파세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파는 조각조각 났다. 범 우파라는 것이 있느냐"며 "야당이었을 때는 뭉치지만 집권하면 갈라지게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우파단체의 자기성찰을 강조했다. 그는 "우파는 콘텐츠가 너무 부족하다"고 질타하면서 "두 대통령은 좋은 타깃이었고 서거로 타깃이 사라졌다. 이제 우파는 미래지향적 콘텐츠를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자기반성과 성찰, 콘텐츠 개발을 위한 개인적 차원의 공부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