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 전 북한 제2 경제위원회 국장은 21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지난 2000년 합의한 6.15남북공동선언을 성토하며 "햇볕정책은 땅바닥에 떨어진 김정일 권위를 다시 세워 준 게 전부"라고 평했다. 신변상 위험을 들어 노출을 꺼리며 사진 촬영을 거부한 그는 이날 북한전략센터 주최로 열린 '햇볕정책과 북한의 대남.군사정책변화' 격려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이 마치 큰 성과라도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과연 햇볕정책이 북한 주민에게 따뜻한 햇볕을 쪼였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난 시절 북한의 대남태도는 언제나 고자세였다"며 "김 전 대통령 평양방문도 햇볕정책 목적대로 먹히지 않게 되자 할 수 없이 (DJ가)백기를 들고 평양에 찾아왔다고 북한 간부들이 조소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1980년대 중반까지는 지금과 반대로 북한은 소위 '대남포용' 정책을 추진했다"며 "대외 출장요원이 남쪽 동포를 만나면 함께 사진도 찍고 동석식사까지 허용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DJ와 김정일의 6.15선언 이후 입장이 바뀌었다"면서 " '우리민족끼리' 라는 허울을 쓰고 통전부(통일전선사업부. 한국 국정원에 해당)요원조차도 남한사람을 만나려면 반드시 해당 당조직에 가서 당적 과제를 받아 지시대로 움직여야 했다"고 술회했다.

  • ▲ <span style=북한전략센터 (위원장 황장엽)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주민의 처지에서 본 햇볕정책 10년'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북한 출신 참석자들은 신변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함) ⓒ 뉴데일리 " title="▲ 북한전략센터 (위원장 황장엽)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주민의 처지에서 본 햇볕정책 10년'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북한 출신 참석자들은 신변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함) ⓒ 뉴데일리 ">
    북한전략센터 (위원장 황장엽)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주민의 처지에서 본 햇볕정책 10년'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북한 출신 참석자들은 신변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함) ⓒ 뉴데일리

    김씨는 "사회주의와 아무 관련없는 김정일 체제와 손 잡고 물심양면으로 퍼주기를 해왔다"며 "(DJ는)북한 인민의 빈곤과 아사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할 용기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시기에 김정일은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에게 '앞으로 남쪽에 대고 서울을 초토화하겠다고 자꾸 위협하지 말라. 통일되면 다 우리 것인데…'라고 허무맹랑한 소리를 스스럼없이 늘어놨다"고 전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햇볕'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써서 김정일에 동조했다"는 이유였다.

  • ▲ <span style=지난 2000년 6월13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순안공항에 도착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우)과 김정일의 모습  ⓒ연합뉴스" title="▲ 지난 2000년 6월13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순안공항에 도착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우)과 김정일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00년 6월13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순안공항에 도착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우)과 김정일의 모습  ⓒ연합뉴스

    탈북 전 북한 통전부에 근무했던 장철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햇볕정책이 공헌한 측면은 북한의 대남의존도를 높인 것"이라며 "북한 주민의 대남의존도를 높이는 게 정상인데 햇볕정책은 북한 정권의 대남의존도를 높인 것"이라고 혀를 찼다.

    장 연구원은 "북한의 '우리민족끼리'로 위장한 '햇볕정책 역이용전략'을 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정일 햇볕정책 역이용 3가지 전략'을 △남북관계를 경제적 이익에만 국한 △남북관계는 미-북관계가 회복되기 전까지 과도기로만 활용 △남한 정치권에 햇볕정책이 고착되도록 유도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북한은 국가예산 편성시에도 남한으로부터 대북지원을 얼마만큼 받는다는 것을 미리 책정하고 예산을 짜고 있다"고 전했다.

    또 "주로 비료가 필요한 4월~6월에 남북대화를 하고 보리고개와 쌀이 필요할 때 대화를 하고, 다음번 대화를 위해 11월과 12월은 어떤 식으로든 협상을 중단하려고 꼬투리를 잡는다"고 북한의 대남 전략을 설명했다. 그는 "남한 좌파정권 10년동안 대화를 위해 북한은 계속 이런 자세를 유지해왔다"면서 "그래서 북한 통전부는 휴가가 10월부터다"고 했다.

    '햇볕정책은 김정일의 햇볕'이라고 말한 그는 "좌파 정부 10년동안 북한에 실용만 챙겨줬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90년대 후반 배급제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북한 주민 사이에서 시장을 통해 세력을 키워나갔는데 햇볕정책 탓에 독재권력을 부활시켜줬다"면서 "체제개방으로 갈 수 있었는데 (DJ의)햇볕정책으로 김정일 정권에 힘을 실어줘서 오히려 (북한 인권을)후퇴하게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