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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같은 짙은 색 양복에 흰색 셔츠, 푸른색 넥타이, 그리고 감정을 찾아볼 수 없는 얼어붙은 듯한 얼굴표정...
억류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한 방북기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평소 자신의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개성을 숨긴 채 오로지 자신의 방북 임무인 '석방 외교'를 위해 의상에서부터 표정에 이르기까지 극도로 절제된 태도로 임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9일 분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등을 두드리면서 하는 악수, 열정적인 포옹, 머리를 숙인 채 취하는 동정어린 눈빛 등 감정이 충만한 스타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어떤 경우라도 그의 얼굴에는 다양한 감정이 배나온다"고 클린턴의 개성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런 클린턴 전 대통령도 이번 방북길의 평양 체류기간에는 이런 모든 개성들을 철저히 억제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촬영한 사진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은 웃고 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일체의 감정이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휴식을 취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기쁨, 노여움, 장난기 등이 얼굴표정에서 나타나지만, 이번에 클린턴의 경우 어떤 미소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양 눈썹사이에 주름조차 나타내지 않았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분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김정일 위원장은 그가 원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사진 촬영 기회를 얻었지만, 클린턴이 발산하는 각종 개성이라는 점에서 볼 때는 오히려 클린턴과 닮은 밀랍인형과 포즈를 취한 것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고 촌평했다.
나아가 "마치 클린턴이 국무부 관리나 학자들뿐 아니라 (근육을 마비시키는) `보톡스'나 `레스틸레인' 전공 피부학자를 만나고 방북길에 오른 것 같아 보인다"며 방북 기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절제된 얼굴표정을 강조했다.
특히 클린턴의 얼음장같은 무표정은 북한이 전혀 개성이 없는 "억압된 로봇들의 나라"라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고, 클린턴의 무표정한 사진은 그가 평양에 머무는 동안 "그의 감정과 영혼은 동반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클린턴의 태도를 "철저한 실용주의"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평양에서 이같은 표정을 유지하던 클린턴 전 대통령도 두 여기자를 데리고 미국에 도착했을때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감정을 드러냈다.
워싱턴 포스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에 머문 24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그의 인도주의적인 임무를 위해서 클린턴이라는 개인은 철저히 사라지게 하고, 전직 미국 대통령이라는 그의 직책과 위상이 대화를 하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