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70% 반대' 동참 인사들 전향에 곤혹친한계, 빠르게 비판 의사 내며 선긋기장관직 수용 후 '70% 반대' 명분 약화 계기
  •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성진 기자
    보수 진영 3선 의원 출신인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의 초대 경제·재정 컨트롤타워 후보로 내정되자 야권 내 분위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그와 함께 '당원 70% 공천룰'에 반대 성명을 낸 인사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민심·개혁' 명분과 실제 행보 사이의 간극을 놓고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

    이 후보자를 비롯한 서울시 당협위원장들은 지난달 연명 성명을 통해 지도부가 추진하던 '당원 70% : 국민 여론 30%' 개편안에 제동을 걸었다. 이들은 "민심을 뒤로한 채 당심을 우선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향은 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인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당심과 민심의 간극이 커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의 재정정책 라인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성명이 정치적 진정성을 갖고 있었는지, 아니면 계파적 문제제기였는지를 두고 역으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 함께 당심 70%에 반대 의견을 냈던 친한(親한동훈)계 인사들은 이번에는 선을 긋듯 강경 비판 메시지를 빠르게 내놓았다.

    배현진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은 즉각 반응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이혜훈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의 몰염치한 정치 행보에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탈당계조차 내지 않고 이재명 정부에 합류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를 넘어선 명백한 배신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행보는 자기 출세를 위해 양심과 영혼을 팔았던 일제 부역 행위와 다름없다"며 "즉각 제명을 중앙당에 강력히 건의한다"고 밝혔다. 박정훈 의원도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주진우 의원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에서 꿀 빨면서 보수 전사인 척하더니 자리를 넙죽 받았다"며 "과거 발언을 숨기려고 모든 채널 콘텐츠를 없앴다. 글삭튀(글을 삭제하고 도망) 하면서 자리를 구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관 지명 발표 전까지 우리당 당협위원장으로서 평가 작업까지 했다"며 "당장 지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계엄은 '막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단지 비즈니스 대상일 뿐'이라는 점이 계엄을 적극 옹호한 이혜훈 장관 지명으로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이 후보자는 서울 서초구에서 3선을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보수 진영에서 경제통으로 분류돼 왔고, '새보계(새로운보수당계)'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보수 혁신을 내세워 새누리당을 나와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고, 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을 거치면서 '개혁보수'를 자임해 왔다. 이후 윤석열 대선 캠프에 합류했고, 지난 2월에는 헌법재판소 앞 탄핵 반대 집회에도 참석했다.

    그러다 이번에 여권 재정 라인에 합류하면서 야권 내부에서는 그간 '개혁보수'를 내세웠던 단면이 실제로는 가치투쟁이 아니라 정치적 위치 다툼의 연장선 아니었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살다살다 이런 배신자 코드의 탕평책 인사는 처음 봤다"며 "이 후보자를 지목한 이재명 정부의 오판이 정권 몰락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본인의 알량한 정치적 재기를 위해 국가 재정을 볼모로 탐욕을 일삼으려 한다"며 "다시는 국민의힘에 돌아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공천룰 논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원 70%룰 반대'에 서명한 인사가 여권에 합류하면서 오히려 당심 중심 공천이 힘을 얻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손자병법에도 전쟁 전에 내부를 먼저 다스리지 못 하면 이길 수 없다고 했는데, 내부에 있는 우리 색깔이 아닌 사람들을 걷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아직까지 (이 후보자 사건과) 연계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당원 100%로 가야 당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그래야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고,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면 당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 단장을 맡은 나경원 의원은 지난 23일 내년 지방선거 경선을 당심 70%와 여론조사 30% 방식으로 지도부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 의원은 "보수 가치와 정체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