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의 절반을 넘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 벨레가 2일 보도했다.

    방송은 미국 정부와 불편한 관계였지만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코피 아난 전 총장이 퇴임하고 반 총장이 취임한 이후 유엔 본부에서 나오는 발표의 톤과 스타일이 바뀌었다면서 일부 비판론자들은 반 총장의 임기 전반부를 총체적 실패로 규정하고 그를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비꼬고 있으나 도이체 벨레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조금 더 신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전문가인 토르슈텐 베너 독일 글로벌공공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반 총장을 참담한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그가 마주한 도전들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틀린 판단"이라면서 "그러나 반대로 그가 일을 잘했고, 개선할 것이 없다는 식으로 옹호하는 사람들 역시 잘못됐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의 유엔 국장을 지냈던 카라 맥도널드 현 미국 외교협회(CFR) 연구원은 "완전한 실패로 규정하는 분석들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직책의 현실과 그가 직면한 문제들을 감안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사무총장 직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자리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두 전문가는 또 반 총장의 최대 치적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글로벌 의제의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과 유엔의 악명높은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그러나 유엔 개혁 문제의 경우 그 추동력이 빠르게 소진했다고 지적했다.

    베너 부소장은 "그가 이 문제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그의 리더십 스타일이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특히 "그는 유엔본부 건물 38층에 있는 한국 출신 보좌관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인상을 줘 전체적으로 볼 때 유엔 직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도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태도와 조용한 발언 스타일 때문에 많은 사람이 그의 활동을 크게 주목하지 못했다"면서 "내용 자체는 바꿀 필요가 없지만 스타일은 재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맥도널드 연구원은 "반 총장이 상당한 권한을 자신의 이너서클과 김원수 사무총장 특보에게 위임했는데 이에 대한 일부 비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반 총장이 실무적 차원에서도 자신의 의제와 업무 우선순위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반 총장의 미얀마 방문과 관련, "사전에 뚜렷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들과 협의하고 방문하는 것은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널드 연구원은 아울러 유엔 사무총장이라면 "도자기를 깰 수도 있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면서 "유엔 체제에서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