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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학생들이 기말고사를 치루기 위해 교실에 들어가려는데 일부 데모학생들이 진입을 막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교실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데모 주동자들에게 막혀 시험 감독관도 출입이 저지된 가운데 선량한 학생 일부가 간신히 교실에 진입하는데 성공했고, 이들이 교단 위에 놓여있던 문제지와 답안지를 교실 바깥에서 발을 동동 굴리고있던 동료 학생들에게 전달하여 교실 안팎에서 동시에 시험이 치러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런 가운데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다시 울렸고, 극심한 혼란 속에서 뒤늦게 문제지와 답안지를 전달받은 일부 학생들은 시험 종료 10분 후에 답안지를 제출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시험을 방해한 데모 주동 학생들이 "감독관 없이 교실 밖에서 작성된 답안지는 무효"라는 주장을 편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리 투표' 논란의 본질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시험을 보려고 했던 학생들이 나쁜 것일까? 아니면 그런 선량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못하도록 방해한 학생들이 나쁜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다. 백번 양보해서 "감독관 없이 교실 밖에서 작성된 답안지는 무효"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기계적으로 적용한다 할지라도 바로 그같은 절차적 하자가 발생하도록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맞다.
이번 '대리투표' 논란만 보더라도 MBC 등 일부 좌편향 방송이 얼마나 개념이 없는지가 곧바로 드러난다. 법에 있어서 원인 없는 결과란 결코 존재할 수 없다. 똑같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할지라도 누가 원인 제공을 했으며, 해당 행위에 있어서 위법성이 존재하느냐를 따지는 것이 법의 기본 원칙 중 하나다. 정당방위·긴급피난 등을 인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번 미디어법 '대리투표' 논란을 다루는 데 있어서 방송과 언론은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부분만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행위에 있어서 정당방위적 요소가 있으며, 이로 인해 절차적 정당성 문제에 있어서 면책의 여지가 있다는 부분도 동일한 비중으로 다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조명한 언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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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법의 국회 본회의 표결처리 도중 민주당 의원이 의장석으로 달려들어 의사를 방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장면 2
그 뿐만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국회는 농성, 단상점거, 단식투쟁, 멱살잡기, 끌어내기 등이 일상사가 되어버렸다. 일반 국민들이 공공시설에서 농성이나 점거를 하면 도로교통법과 집시법의 적용을 받아 의법처리되는데 왜 국회의원들이 공공시설인 의사당 내에서 동일한 행위를 하면 의법처리되지 않는 것일까? 뿐만 아니라 '적반하장'격으로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본회의 상정, 심의 및 표결을 방해한 사람들이 그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미세한 절차적 하자를 문제삼아 '법안 무효'를 외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정당한 이유없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으면 퇴학 당한다. 그리고 회사원들이 정당한 이유없이 출근하지 않으면 감봉·해고 등 징계를 받는다. 그런데 유독 국회의원들의 경우에만 국회에 등원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처럼 불합리한 제도와 특권으로 인해 정치권의 '도덕 불감증'이 깊어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한국정치의 후진성이라는 형태로 국민들에게 피해와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다.
신변을 보호받아야 할 청문회 증인에 대해 명패를 던지며 위협하는 행위, 전기톱과 쇠사슬까지 동원하여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행위, 법안이 직권상정되었음에도 불법수단을 동원하여 표결을 방해하는 행위, 여론수렴의 장이 되어야 할 국회가 도리어 여론수렴을 여론조사기관에게 맡기자며 억지를 부리는 행위... 최근 민주당 등 야당들이 보여준 모습 어디에서도 '법의 지엄함'과 '높은 도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법을 제정하는 입법기관이 앞장서서 법을 훼손하고 무시하는데 어떻게 법치주의가 구현될 수 있겠는가?
# 장면 3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에 이어 또한번 국회의 행위가 정당했는지에 대한 심판을 헌법재판소가 내려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삼권분립을 명시하고 있는 우리 헌법에 있어서 국회가 행사하는 입법권에 대한 시시비비를 헌법재판소가 가린다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전체로 볼 때에는 엄청난 치욕이자 수모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국회의 존재이유가 갈수록 퇴색된다는 것을 온 국민들에게 증명해보여주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바로 그 일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이라는 것이야말로 상당한 아이러니(irony)다. 그나마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의 경우 헌법에 명시된 규정에 의해 헌법재판소가 자동으로 개입된 경우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민주당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국회의 존재가치와 권위를 헌법재판소의 손에 넘긴 경우에 해당된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삼권분립' 정신이 살아있다면 분명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의 경우 입법부의 행위와 행정부의 행위가 정면으로 부딪힌 경우였기에 헌법재판소가 다소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져들었지만 이번 논란의 경우 여당과 야당이라는 구별은 있지만 그 본질에 있어서는 국회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깊숙히 개입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무리수를 둔 이유는 자신들이 아직은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를 동원하여 '제2의 광우병 촛불'을 유도하여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과 MBC의 행태야말로 이번 미디어법 개정안 통과가 얼마나 우리 사회 발전에 있어서 절실한 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