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 휴전기념일인 27일 미국 전역에서 조기가 게양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에 묻혀 잊혀진 전쟁으로 여겨졌던 한국전쟁의 의미가 미국 사회에서 새롭게 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Korean War Veterans Recognition Act)'이 상하 양원에서 통과된 데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포고문을 통해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로 지정하고 연방정부의 모든 기관에 현충일과 마찬가지로 성조기를 조기 형태로 달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포고문을 통해 "미국인들은 판문점에서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56년이 지났지만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희생에 여전히 감사하고 있다"면서 "모든 미국인이 이날을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기리고 감사하는 적절한 기념식과 활동을 하는 날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연방부처와 기관 그리고 관심 있는 단체와 조직, 개인들도 이날 조기를 달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조기를 달아 기념하는 날은 현충일이 유일했으며 개별전쟁을 기리기 위해 조기를 다는 기념일을 지정한 적은 없다. 미국의 국기게양법에 따르면 성조기를 다는 기념일은 새해 첫날과 대통령 취임식, 독립기념일, 참전용사의 날 등 17개가 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은 내년 한국전쟁 60주년을 앞두고 한국전 참전용사인 찰스 랭글 하원 세입위원장에 의해 작년에 이어 올해 두 차례 발의된 끝에 결실을 거뒀다.한국전쟁에서 미군은 3년여동안 5만4246명이 전사하고 8176명 이상이 전쟁포로로 잡히거나 실종됐다.

    이와 함께 한인 청년들이 중심이 돼 결성한 '한국전쟁화해연합회(대표 김한나(여))'는 26일 워싱턴 D.C. 링컨기념관 계단 앞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쟁 참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기념행사와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6.25 전쟁을 상징하는 오후 6시25분에 행사를 시작해 휴전일을 의미하는 오후 7시27분에 촛불집회를 열었다. 

    김 대표는 "정전상태를 끝내고 평화를 이룩하려면 전쟁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먼저 기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이번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면서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행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휴전기념일을 앞두고 조기게양과 참전용사의 날 지정, 공공장소에서 휴전기념일 행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었다"면서 "개인적으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전쟁화해연합회 회원들과 함께 하원의원 435명 사무실을 모두 방문해 법안의 통과 지지를 요청하는 등 미국에서 한국전쟁의 의미를 그동안 재조명하는데 앞장서 왔으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 법안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