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 패키지' 구상과 관련, "어떤 요소가 포함되는가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연계되어 북핵 해결이라는 최종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도록 짜여지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 뉴데일리
    ▲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 뉴데일리

    김 비서관은 25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조치'를 취하는 대가로 포괄적 패키지가 제공되는 것은 아니며,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조치' 자체가 포괄적 패키지의 주요한 부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괄적 패키지는 지난 20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만일 평양이 핵없는 한반도로 돌아가는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한다면 나머지 6자회담 당사국들은 포괄적 패키지를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북핵문제에 대한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향후 포괄적 패키지가 담을 내용에 대해 김 비서관은 "관련국간 협의가 진행중인 만큼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북한은 기본적으로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여타 5자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달성이 기본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래의 접근 방법이 단계적, 부분적 접근이었다면 포괄적 패키지 방식은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완전한 핵 폐기의 종착역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상호간의 행동계획을 마련코자 하는 것이라고 김 비서관은 설명했다. 그는 "이제까지의 6자회담 접근은 영변 핵시설 하나에 대한 북한의 조치에 대해 보상하고, 이것이 깨지면 일정한 제재를 가하고 또 다시 북한과 취약한 내용에 합의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면서 "북한의 조치는 부분적이고 되돌릴 수 있었음에 반해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은 되돌릴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개념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미온적 제재'와 '보상'을 반복하는 과거 방식은 지양해야 하며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롭고 전략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간에 대가를 계속 치르면서 부분적인 문제에 합의하고, 중간에 좌초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한미 양국이 확고한 인식을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 비서관은 이어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미는 포괄적 패키지를 구상할 것이며 그 과정에 일본, 중국, 러시아와도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당시 이 대통령의 포괄적 패키지 제안에 대해 미국측은 '그랜드 바긴(Grand Bargain, 대협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공감을 표했다. 김 비서관은 "그랜드 바긴은 관련국들이 중요시하는 모든 이슈를 한꺼번에 일괄 타결하자는 의미로 포괄적 패키지와 사실상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인 '비핵·개방 3000 구상'과의 연관성에 대해 김 비서관은 "정부는 일찌감치 북한의 핵 포기와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포괄적 패키지도 이러한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비핵·개방 3000 구상이 남북관계 차원의 포괄적인 비전을 담고 있다면, 포괄적 패키지는 북핵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두고 이에 대한 접근을 국제화시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400억달러 규모의 대(對)북한 원조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김 비서관은 "비핵·개방 3000구상 중 재정분야의 400억달러 국제협력자금 조성 부분을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경제가 새로이 거듭나려면 국제사회로부터의 일회성 지원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일어서는 경제구조로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필요한 일정규모의 투자규모를 잠정적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경제지원에는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확실한 결단이 동반돼야 한다"고 김 비서관은 전제했다.

    김 비서관은 또 이 대통령이 최근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막대한 돈을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 개방을 돕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하는 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언급한 배경에 대해서는 "과거 우리가 북한에 대해 상당한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나아진 것인 없는 반면 북핵 프로그램은 계속 진전돼 왔음에 비춰 분별력 있고 원칙 있는 대북지원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진 가운데 '손에 꼽히는' 정책통으로 불린다.

    취임 첫 해 4강외교를 마무한 것을 시작으로 이뤄낸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성과 배경에 김 비서관의 활약이 있었다. 김 비서관은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낸 뒤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발탁됐다.

    김 비서관은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자문교수멤버로도 활동했다.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비핵.개방 3000' 구상을 주도적으로 정리했다. 또 지난 2001년부터 가톨릭합창단과 인연을 맺어 온 김 비서관은 김수환 추기경 추모음악회에서 테너로서 무대에 설 정도로 성악에도 조예가 깊다.

    지난달 26일 김 비서관은 일본 도쿄에서 제5회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弘文)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정치, 경제, 문화,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적인 업적을 쌓은 40세 전후의 차세대 지도자에게 수여된다. 김 비서관은 동아시아 안보에 관한 연구와 한미일 관계 증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김 비서관의 주요 저서로는 "현대외교정책론(명진출판사, 2007)" "The Future of U.S.-Korea-Japan Relations: Balancing Values and Interests (The CSIS Press, 2004)" "Korea-Japan Security Relations: Prescriptive Studies (The Oruem Publishing House, 200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