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노동조합은 17일 상급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찬성 94.9%로 민주노총 탈퇴를 가결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KT 노조 전국 450여개 지부에서 실시된 찬반 투표에서는 재적 조합원 2만8434명 가운데 과반수인 2만7018명이 참여해 94.9%인 2만5647명이 민주노총 탈퇴에 찬성했다. 반대는 1221명(4.5%)에 불과했다.

  • ▲ 17일 경기도 분당 KT본사에서 KT노조원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탈퇴여부를 결정하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17일 경기도 분당 KT본사에서 KT노조원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탈퇴여부를 결정하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KT 노조는 개표 후 발표문에서 "새로운 전략과 비전을 겸비한 새로운 노동운동을 바라는 전체 조합원들의 결단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앞으로 갈등과 대립의 노사관계를 뛰어넘어 상생과 연대의 노동운동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T 노조는 이어 "민주노총을 뛰어넘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선포한 만큼 지금부터가 진짜 도전"이라며 "특정세력에 기대지 않고 우리 자체의 힘과 의지로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KT 노조는 이날 투표 결과에 따라오는 20일 IT산업연맹 회의에서 탈퇴서 제출을 포함한 향후 수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KT 조합원들은 이날 동시에 실시된 KT와 KTF 노동조합 합병 건도 97.3%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KT 노조는 3만명에 가까운 조합원으로 민주노총 산하 3대 기업노조 중 하나이자 산별 연맹인 IT산업연맹(노동부 추산 3만7000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직이다. KT 노조는 앞으로 조합원들의 의견에 따라 실용적 중도 개혁노선을 걷기로 하고 조합원들의 고용안정, 근로조건 향상 등에 힘을 집중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거대노조의 탈퇴가 잇따르고 있는 민주노총은 산하 3대 기업노조 중 하나인 KT 노조의 탈퇴로 또다시 정치적, 재정적 타격을 입고 최대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KT 노조 탈퇴의 여파로 IT산업연맹 등의 또 다른 노조의 탈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내부 단속에 부산한 민주노총이 향후 투쟁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KT 노조는 앞서 지난 10일 성명서에서 "민주노총은 과도한 정치투쟁과 내부 정파 싸움으로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탈퇴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KT 노조는 이후 상급단체 없이 독자적인 노동운동을 전개하면서 전체 IT통신 노동자를 축으로 연대해나가고 중장기적으로 다른 IT 노조와 함께 연합체나 연맹 등을 세우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다만 KT 노조는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제한하지 않고 연대해 나갈 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KT 노조는 앞서 민주노총이 KT 사측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자 "민주노총이 어제의 동지를 오늘에는 자주적 단결권도 없는 `허수아비' 조직으로 만들고 제 살 길만 찾는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각을 세우고 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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