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습니다.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아마추어 고교 복서가 장난삼아 절친한 친구에게 한 농담이 일파만파로 확산해 결국 큰 충격을 받은 끝에 당분간 복싱까지 그만둔 사연이 공개됐다.

    28일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에 따르면 경남의 한 고등학교 복싱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A(17)군은 지난 4월 13일 오후 마산실내체육관 63kg급 경기 출전을 앞두고 계체량을 실시했다.

    대한복싱연맹 심판위원장은 A군 계체량을 직접 확인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는 확인란에 사인을 했다. 정산적인 계체량 통과로 부심판장도 계체량에 서명했다.

    한국에서 계체량은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데다 상대 선수 역시 같은 곳에서 실시해 어떠한 부정 방법을 선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각 학교 복싱 감독과 선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당시 계체량을 했던 장소에는 700여 명의 선수가 있었고 일부 경남 선수는 A군 계체량을 지켜봤다.

    당일 경기가 없었던 A군은 사흘 뒤인 16일 첫 경기에 출전해 4-10으로 판정패했다.

    그런데 대회가 끝난 뒤 문제가 발생했다. 국제복싱연맹(AIBA)에 누군가 A군이 부정으로 계체량을 통과했다고 동영상을 첨부해 투서하면서 사건이 터진 것이다.

    A군을 담당하는 박모 체육교사 겸 복싱 감독은 당장 A군을 불러 진상을 파악했다. A군은 박 감독에게 "경기장에서 평소 중학교 때부터 소년체전에 같이 출전도 하면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를 놀려주려고 '계체량이 오버 됐다'고 장남 삼아 얘기한 게 와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력보다는 몸무게 조절에 실패해 졌다는 핑계를 대려고 A군이 별다른 생각 없이 친구에게 거짓말을 한 게 화근이 된 셈이다.

    그러나 사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대한복싱연맹과 갈등을 빚고 있던 AIBA는 이 건을 시작으로 한국 복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AIBA는 급기야 지난달 아르메니아에서 열린 세계주니어복싱선수권대회에 무자격 팀 닥터를 파견한 점까지 문제 삼아 한국 복싱 선수들의 국제 대회 출전을 전면 금지하는 중징계까지 내렸다.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한 배경에는 AIBA-KBA 간 갈등이 짙게 깔렸지만 결과적으로는 A군의 계체량 문제가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이다.

    박 교사는 "체육 교사로 23년째 근무하고 있으면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 터졌고 또 너무도 터무니없는 이번 사건에 황당하고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이어 "A군이 이번 건으로 워낙 큰 충격을 받아 복싱을 못하는 상태다. 꼼짝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사는 "A군이 농담으로 한 얘기고 울고불고하며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한다. 워낙 착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였는데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커졌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