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최대 과제이자 고민은 '화합'이다. 2006년 지방선거 뒤 부터 시작된 '이명박-박근혜'갈등은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이미 "두나라당"이란 조소가 익숙하고 당 관계자들도 스스로 "이게 당이냐"고 말할 정도다.
4·29 재보선에서 참패하고 곧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이란 메가톤급 폭풍을 만나며 당이 휘청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곳곳에서 '화합' 요구가 쏟아졌다. 급기야 친이계에선 지난 총선 공천을 잘못했다며 친박계에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다. 당 쇄신특위(위원장 원희룡) 내에선 박근혜 전 대표를 염두에 둔 '화합형 대표 추대론'이 나올 만큼 최근까지 한나라당은 쇄신 보다 화합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이런 기류는 다시 달라지고 있다. 당 주류인 친이계에선 '주류 책임론'이 탄력을 받으며 친이계를 중심으로 당·정·청이 현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아직은 손사래 치고 있지만 향후 있을 개각에서도 당내 친이계 의원들의 입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얼마전까지 나왔던 '박근혜 총리설', '친박 장관 기용설'은 쏙 들어간 상황이다. 친이측에선 "친박계가 받겠냐"고 말하고, 친박계에선 "주지도 않을 뿐 더러 지금 받을 생각도 없다"고 반응한다.
물론 그간 양측 갈등의 뇌관으로 불렸던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가 박희태 대표의 결단으로 복당 친박계 의원들에게 자연스레 넘어가면서 한 고비를 넘겼지만 6월말에 나올 당 쇄신안, 7월에 있을 시·도당위원장 선거, 개각 등은 양 진영을 자극시킬 주요 갈등 요인이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가 결정되진 않았지만 곧 있을 전당대회는 양 진영 모두에게 고민이다. 친이계에서도 박 전 대표 측에 맡겨야 한다던 기존 목소리가 줄어들고 이명박 대통령을 확실히 서포터할 수 있는 힘있는 인사가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친박계의 당권 장악 여부를 묻자 "친이계가 지금 당권을 내줄 것 같으냐"고 되물었다. 청와대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정두언 의원 중심의 '7인 모임'이 '이재오 당 대표설'을 적극 부인했지만 이 의원은 이재오 전 의원이 결국 당권을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친이-친박간 긴장관계는 더 고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기에 친박계 역시 당분간 계속 거리를 두고 있을 계획이다. "그냥 가만히 뒀으면 좋겠다. 주류 측에서 알아서 좀 했으면 한다"는 게 친박계의 목소리다.
지난달 21일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양 진영은 계파로 갈렸다. 친이계는 당시 '박근혜 전 대표에게 한 방 먹였다'며 한껏 고무된 표정을 보였고 친박계는 '내 편을 확인했다'며 다시 전의를 불태웠다. 2주 뒤인 지난 4일 국회의원 연찬회 자리에선 390여분간 47명의 의원이 각자 쇄신의 해법을 제시했고 다수가 '화합'필요성을 역설했다. 다시 2주가 지난 지금 한나라당에선 이런 목소리가 180도 달라져 원점으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