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한 실격 처분’ 받은 지 1년 만에 ‘선수 복귀’ 논란

  • ▲ 지난해 7월 16일 만취상태에서 경찰관과 경비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정수근(롯데 자이언츠)이 17일 오전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도착,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지난해 7월 16일 만취상태에서 경찰관과 경비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정수근(롯데 자이언츠)이 17일 오전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도착,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음주폭행’으로 ‘무기한 실격 처분’을 받아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했던 정수근(32)이 기사회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소속팀 롯데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수근에게 내려진 징계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 17일 KBO로부터 ‘무기한 실격 처분’을 받은 정수근은 KBO의 결정으로 올스타전 이후인 7월 28일부터 현역 선수로 재등록,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정수근은 지난해 7월 16일 새벽에 만취한 상태로 아파트 주차요원과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부산 남부경찰서에 입건됐다. 당시 KBO는 임의탈퇴를 신청한 롯데 측의 요청을 받고 ‘무기한 실격’이라는 가중 처벌을 정수근에게 내렸다. 정수근은 최근까지 마산 용마고와 경성대에서 개인 훈련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정수근은 지난 2003년에도 전지훈련 중 교민을 폭행해 450달러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으며 2004년 7월 부산 해운대에서는 일반 시민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경찰에 체포되기도 하는 등 온갖 기행을 일삼은 전력이 있다.

    정수근은 징계 해제가 결정된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예전처럼 야구를 즐겁게 하고 싶다”며 “지난번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면 명예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론 절대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정수근은 징계 기간 동안 주변에서 해 준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로 부인이 '아이에게 야구선수인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을 꼽으며 “아기가 이제 갓 5개월이 지났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욕심났다”고 밝혀 옆에 있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재기를 꿈꾸게 됐다고 토로했다.

    “잊혀 질 만하면 어느 새 컴백?” 범죄 불감증 우려

    한편 징계처분을 받은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정수근의 복귀가 결정된 것에 대해 대다수의 야구팬들은 “아무리 큰 사건을 저질러도 잊혀 질 만하면 금 새 복귀하는 연예인들처럼, 이번 정수근의 ‘징계 해제’도 운동선수의 ‘범죄 불감증’을 키울 수 있는 전례가 될 수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12일 오후 현재 네이버 등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스포츠 뉴스의 정수근 관련 댓글에는 각각 수백 개의 게시글이 올라오며 정수근의 조기 복귀에 대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찬성과 지지’의 의견보단 ‘반대와 비난’의 의견이 앞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아이디 ‘blaze1979’라는 네티즌은 ‘불과 11개월’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정수근이 폭행사건으로 연루되어 물의를 일으켰고 3번째 입건사건으로 무기한 실격이라는 징계를 받았었는데, 작년 로이스터 감독 역시 분명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 했고 프로야구 팬들은 ‘3진 아웃’이라 하면서 영구 추방을 얘기했으며 롯데 팬들마저도 정수근에게 등을 돌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네티즌은 “이게 불과 11개월 전 얘기”라면서 “그 때는 너 나 할 것 없이 정수근에게 반성의 기미가 없다면서 영구 추방까지 주장했던 팬들이 이제 와서 그만큼 욕먹었으면 됐다? 반성했으니 용서하자고 말하는 게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느냐”며 원칙 없이 범법자를 쉽사리 용서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안타깝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당연히 복귀해야 할 선수가 복귀하는 것처럼 당당히 말하는 팬들이 더 웃긴다”면서 “선수 한명이 아쉬운 이때에 정수근이 복귀한다니 롯데로서는 당연히 좋겠지만 작년 로이스터 감독의 발언은 뭐가 되냐? 야구팬들의 분노는 뭐가 되냐?”고 꼬집으며 “이렇게 잊혀질만 하면 징계철회 하는 게 당연하다면 애당초 징계를 내리지나 말아야지, 1번도 아니고 3번씩이나 징계, 용서를 반복해야 하냐?”고 한심한 듯이 되물었다.

    그는 “약물, 폭행, 간통, 도박 등등등...범죄 불감증이 우려된다”며 “아무리 큰 사건을 저지르고 물의를 일으켜도 1년 정도 잠잠하다 싶으면 연예인 복귀하듯 컴백하는 선수들. 롯데 팬들도 정수근 복귀에 맹목적 옹호만 하지 말고 냉정히 판단해봐라. 나중에 롯데가 아닌 다른 팀 선수가 똑같은 사고 저지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복귀한다면 롯데 팬들도 지금처럼 옹호할 수 있겠는지”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tkdgh210란 네티즌은 맹목적으로 정수근을 받아주자는 일부 롯데팬들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그는 “진짜 롯데팬들은 답 없다”는 제목을 글을 올리며 “내가 롯데팀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렇다고 스크팬도 아니고)야구경기 하다 빈볼시비 붙었을 때는 채병용 못잡아 먹어서 그라운드에 ‘꼴리건’까지 등장하더니만, 공인으로써 그것도 노인을 구타한 정수근이 복귀한다니 뭐 이제 그만 욕하자느니, 마녀사냥은 하지 말자는 등 가관이 아니”라고 비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정수근의 복귀 결정에 대해 조소를 날리며 “난 롯데 백화점 안가겠다, 롯데닷컴도 이용 않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정수근을 겨냥, “즐겁게 야구해라. 단 야구만 즐겁게 해라. 방망이는 공 맞추라는 거니 엉뚱한데 휘두르지 말고”라고 말하며 뼈 있는 충고를 건내기도 했다.

    반면 일부 네티즌은 정수근에게 동정표를 던지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아이디 dbdla04라는 네티즌은 “까는 사람은 정말 매장 시키란말인가??”란 제목의 글에서 “솔직히 운동선수가 일년 동안 징계로 야구를 못한다라는 건 솔직히 선수생명까지 위험 받는 처분이며, 그 이상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면 은퇴할 나이도 됐는데 매장시키자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면서 “어쩜 사람들이 무서울까요?? 물론 큰 잘못을 했다는건 압니다. 그렇다고 죽을 죄를 진 것도 아닌데 인정머리 없음이 하늘을 찌르는 군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간이라면 당신들처럼 매정하지 않습니다. 네이버라는 공간이 인간을 이렇게 잔인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인간의 간악한 모습을 보이라고 만든 공간이 아님을 아시길 바랍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