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인근에 위치한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에서 10일 낮 총격전이 발생, 경비원 1명이 숨지고 범인은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은 현지시간 낮 12시50분께 일어났으며, 범인은 백인우월주의자로 알려진 메릴랜드주에 거주하는 제임스 폰 브런(88)으로 전해졌다.
    특히 총격전이 발생한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대낮에 관광객으로 붐비는 워싱턴 내 유명 박물관 중 한 곳으로, 백악관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0여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박물관 주변 도로가 봉쇄됐고, 헬리콥터가 공중에서 사건현장 주변을 감시하는 등 조직적 테러 여부에 미 보안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사건 발생 = 워싱턴 공원경찰의 데이비드 셜로서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박물관에 들어온 범인이 경비원 중 한 명에게 총격을 가했다"면서 "경비원과 범인간의 총격전으로 두 명 모두 부상했다"고 전했다.
    그는 "범인은 긴 총을 갖고 박물관에 들어왔으며, 총격전이 발생하자 다른 두 명의 경비원이 범인을 쏘았다"고 말했다.
    이날 총격전으로 중상을 입은 경비원은 병원에서 치료도중 끝내 숨졌다. 또 범인의 상태도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당시 박물관 내에는 학생들을 비롯한 관람객이 상당수 있었으며, 갑작스러운 총격전 발생으로 놀란 관람객들이 비명을 지르고 달아나는 등 한때 큰 혼란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즉각 보고를 받았으며, 백악관 인근 박물관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으로 슬픔에 빠졌다고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백악관은 사건 발생 이후 국토안보부와 연방수사국(FBI) 등으로부터 실시간으로 관련 보고를 받았다.
    ◇범인은 백인우월주의자 = 이번 사건은 일단 단독 범행인 것으로 수사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범인으로 알려진 제임스 폰 브런은 네오나치즘을 추종하는 인종주의자로 반유대주의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대인과 흑인 등 소수 인종을 공격하는 극단적으로 선동적인 글을 쓰고 관련 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은 전했다.
    그는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들을 납치하려 했던 혐의로 1983년부터 6년을 복역한 전력이 있다. 당시 경찰은 폰 브런이 고금리와 미국 경제난 때문에 FRB 이사들을 납치해 인질로 삼으려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폰 브런은 자신의 `홀리 웨스턴 엠파이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당시 사건과 관련해 "흑인 배심원과 유대인.흑인 검사에 의해 유죄를 받았고, 유대인 판사에 의해 감옥에 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에서 폰 브런의 차량을 발견했으며,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정확한 사건의 동기 등을 수사중이다.
    ◇홀로코스트 박물관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어난 유대인 학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박물관으로, 93년 문을 연 뒤 지금까지 85개국 정상을 포함한 3천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곳이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일 독일을 방문할 당시 나치의 강제수용소인 부헨발트수용소를 찾아 유대인 학살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었으며, 4월에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방문해 "세계가 증오와 인종차별을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