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여성차관인 누리 알-파이즈 여성교육부 차관이 기대와는 달리 여권 신장에 반하는 행보를 보여 여성계를 당혹케 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 전했다.

    파이즈 차관은 지난 2월 압둘라 국왕이 단행한 개각 때 차관으로 임명되면서 사우디 여성으로서는 사상 가장 높은 공직에 올랐다.

    그녀는 입각 당시 "나를 차관으로 임명한 것이 단지 정부의 생색내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한다"며 "다른 여성들도 고위 공직에 임명될 것"이라고 밝혀 여성계의 환영을 받았다.

    파이즈 차관은 그러나 최근 현지 샴스신문을 통해 "정부의 허가가 없다면 난 얼굴가리개(니캅)를 벗지 않을 것이며 TV에도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수동적인 입장을 취해 여성계에 실망을 안겼다.

    그녀는 또 학교에서 여학생들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여성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며 거부 방침을 밝혔다.

    여성 전용 헬스클럽을 강제 폐쇄하려는 정부 방침에 맞서 지난달 여성 건강증진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여왔던 여성계로서는 여성차관의 이 같은 방침이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보수 성직자들은 여성 헬스클럽의 확산으로 여성들이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는데 소홀할 수 있다며 정부에 헬스클럽을 강제폐쇄토록 압력을 행사해 왔다.

    여성계 일부에서는 여성 참정권도 없고 여성 운전조차 허용하지 않는 사우디의 현실을 고려할 때 파이즈 차관 또한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프리덤하우스는 보고서를 통해 "사우디에서 여권을 신장하려는 운동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보수 성직자들의 반대와 정치적 역량의 한계로 인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바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