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서귀포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인도네시아 라오스 브루나이와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실질 협력 증대 방안을 논의했다. 또 최근 북한 2차 핵실험과 관련, 국제 비확산체제에 역행한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부아손 부파반 라오스 총리, 하싸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각국 관심사에 따른 '맞춤형' 회담을 유도하면서 스킨십을 강화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빨리 깊게 친해지는 비결은 오랜 기간 CEO로서 기업활동을 해온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약 70개국을 다니며 쌓아온 국제적 경험은 이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만났을 때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하게 되며, 또 이 대통령은 각국에 맞는 에티켓도 잘 알고 있다"며 "여기에 외국 정상과 그 나라 관심사에 대한 치밀한 사전 조사도 한몫한다"고 설명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내외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숙소 인근을 산책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내외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숙소 인근을 산책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유도요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발리와 제주를 전 세계에 함께 홍보하자"고 제안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유도요노 대통령이 "이곳에 와보니 발리와 너무 비슷하다. 제주도는 한국의 발리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즉석 제안했고, 유도요노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체류 인니 근로자 문제 배려 …인니 대선 고려 "여기서 기를 받아 대승하시라"

    이 대통령은 유도요노 대통령이 자국 대통령 선거를 한달 앞두고 있어 2일 오전 일찍 출국하는 점을 고려해 예정에 없던 오찬 일정을 잡으며 친분을 과시했다. 이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20여분간 유도요노 대통령과 산책하며 "7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제주도에서 재충전하고 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 데 이어 산책 도중에는 "여기에서 기를 받아 가서 대통령선거에서 대승하시라"고 덕담을 했다.

    유도요노 대통령도 정상회담에서 "대선을 앞두고 매우 바쁘지만 아세안과 한국의 우호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책임감 때문에 방한했다"면서 "이 대통령은 녹색성장과 기후변화 대처 선구자(pioneer)"라고 높이 평가했다.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양국간 실질협력을 정보·통신, 청정에너지 개발 등 신성장 동력 분야로 확대해 공동번영을 이뤄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정보·통신, 발전소 건설, 산림, 방위산업 등 분야에 진출한 한국 기업 활동에 협조를 요청했고, 유도요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한국에 체류 중인 인도네시아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관련 부처에 이미 인도네시아 근로자 문제에 특별 관심을 갖도록 지시했으며 체류 근로자 90% 이상이 재취업하는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한국 경제 상황이 더 좋아지면 일자리가 늘어나 취업률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유도요노 대통령이 "근로자 문제 등 여러 가지를 배려해줘 거듭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하자 "약속을 지키는 것이 친구의 도리"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또 "북한 핵실험은 국제 비확산체제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안정을 저해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사태 진전을 우려하고 있으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아세안이 한목소리를 내줘 감사하다"고 답했다.

    '산림국'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에겐 '템브롱' 화제로 녹색 협력 유도

    유도요노 대통령이 초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의 딸인 부인 헤라와티 여사에게 "꼭 한번 더 다시 와보고 싶다"고 하자 헤라와티 여사는 "세컨드 허니문인 셈"이라고 응수했다. 지켜보던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우리도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왔었다"고 소개하는 등 양 정상 내외는 오찬에서도 밝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제주 홍보'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제주도는 한국의 템브롱"이라며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 중 하나가 제주도이고 한국 사람 절반 이상이 신혼여행을 온다"고 강조했다. 템브롱은 삼림이 아름답게 우거진 브루나이 국립공원이며, '아시아의 허파'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양국간 녹색 협력은 고정 메뉴다. 볼키아 국왕은 "브루나이 국토 상당수가 열대우림수로 구성돼 있다"면서 "앞으로 한국처럼 녹색성장에 주목해 친환경 관광산업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볼키아 국왕은 특히 제주 특별정상회의 이전에 대통령 특사를 파견해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또 양 정상은 양국이 에너지·자원 분야를 넘어 정보·통신과 조선 등 협력 잠재력이 큰 분야로 협력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볼키아 국왕은 브루나이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자원 개발 분야에 지속적 관심을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긍정 검토를 약속했다.

    부아손 라오스 총리에겐 한양대 명예박사 학위, 생일 축하하며 거리 좁혀

    부아손 라오스 총리와는 전날 저녁 개최됐던 한·아세안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선보인 라오스 참가자들의 연주를 화제에 올렸다. 이 대통령은 "라오스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고, 부아손 총리도 "매우 좋은 분위기였다"고 화답했다.

    또 이 대통령이 부아손 총리가 2일 서울을 방문해 한양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3일 생일인 점을 언급하며 "축하한다. 한양대는 매우 크고 좋은 대학"이라며 관심을 표하자 부아손 총리는 "환대해주고 미리 생일을 축하해 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두 정상은 지난 4월 열린 한·라오스 자원협력위원회 회의를 통해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 틀이 마련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라오스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부아손 총리는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1일 무상원조 기본협정이 체결된 것을 환영한 뒤 한국의 개발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의사를 표명했고 부아손 총리는 이에 사의를 표했다.[=서귀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