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서 자신이 작성한 글을 조회 수를 비정상적으로 부풀려 업무방해죄(형법 제31조 제2항)로 형사·입건된 네티즌 강 모씨(49.학원원장) 박모 씨(50.자영업), 김모 씨(27.무직), 박모 씨 (36.회사원) 4명 중 박씨(50.자영업)를 뉴데일리가 직접 만났다. 조회 수 조작행위로 네티즌이 형사·입건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씨는 25일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아고라가 여론형성의 중심지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아고라는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알바' '좀비'로 매도한다”며 “건강한 토론문화가 그립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아고라는 절대 여론의 잣대가 될 수 없습니다"

    박씨는 "아고라가 여론의 중심에 있다고 언론에서도 띄워줘 일반 국민들에게 여론형성의 중심처럼 비쳐지지만 절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고라에서 베스트 글에 등재되려면 70개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그는 기자에게 모니터를 보여주며 실제 베스트 글들을 예로 들었다.

    "추천 수 70개는 찬반 합산을 뜻하는 것이라 이 숫자만 넘으면 자동으로 베스트 글이 됩니다. 이 베스트 글을 보십시오. 찬성 17, 반대 148인데도 베스트 글에 등재됐죠? 합산해서 추천 클릭 수 70개만 넘어도 베스트 글이 돼 버리는 시스템인데 반대 148인 글이 어떻게 여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 ▲ <span style='ㅇㅇ지존'이라는 아이디로 아고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씨. 25일 뉴데일리와 만난 그가 보여준 자신의 조회수 조작 글이다. 이글은 클릭수 조작으로 5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뉴데일리 " title="▲ 'ㅇㅇ지존'이라는 아이디로 아고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씨. 25일 뉴데일리와 만난 그가 보여준 자신의 조회수 조작 글이다. 이글은 클릭수 조작으로 5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뉴데일리 ">
    'ㅇㅇ지존'이라는 아이디로 아고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씨. 25일 뉴데일리와 만난 그가 보여준 자신의 조회수 조작 글이다. 이글은 클릭수 조작으로 5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어 그는 "아고라는 절대 여론을 대변할 수 없다"며 "반정부적 세력이 똘똘 뭉쳐 있는 곳이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씨는 "아고라에 올라오는 글은 크게 두 가지인데 욕만 쓰는 ‘쓰레기 글’과 제대로 된 ‘개념 글’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소위 ‘개념 글’이라는 것은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갖고, 요리조리 분석하고 시간을 두고 만든 글입니다. 그들은 글을 올리기 전에 최소한 메모장이나 한글 파일에다 미리 써보고, 맞춤법도 검사한 것을 올립니다. 반면, 쓰레기 글은 맞춤법도 엉망에다가 생각나는 대로 휘갈겨 아무렇게나 올리는 글입니다. 당연히 두서도 없고 욕이나 한 두 줄 짤막한 메모로 끝나버리는 가치 없는 글이죠."

    그는 "개념 글을 아무리 작성해봐야 쓰레기 글에 밀린다"며 "쓰레기 글이 하도 많아서 3분만 지나도 개념 글은 뒤로 밀려난다. 2시간 공들여 쓴 글이 이렇게 쓰레기 글들에 묻히니까, 조회 수 조작을 해서라도 베스트 글에 가는 걸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아고라에는 실시간 글들이 많이 올라와서 제대로 된 개념 글들이 묻혀버린다”며 “그러니까 당연히 토론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쓰레기 글에 의해 아고라는 채팅창과 유사한 기능을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베스트 글에 등재되고 싶어서 구걸 글을 올리기도 하죠."

    박씨는 "가령 한 네티즌이 '촛불이여 일어나라'는 제목의 개념 글을 올린다고 해도, 그 네티즌이 제 아무리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을 백날 떠들어 봤자 다른 사람의 추천 없이는 베스트 글로 올라갈 수가 없다"며 구걸 글에 대해 설명했다.

    박씨가 소개한 '구걸 글' 편법은 이렇다.

    "글을 쓴 후 서로 아는 편끼리 베스트에 올라가기 위해 추천을 도와주죠. 그렇게 해서 베스트에 올라가는 사람은 다시 자신의 글을 수정해서 글 아래 부분에 링크를 거는데 그때는 자기가 밀어주는 글 주소를 붙입니다. 베스트 글을 노출 빈도가 높으니 자연히 그 글도 클릭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죠."

    "이게 바로 '베스트 가서 딴 X 끌어올리기' 수법입니다"

  • ▲ <span style=지난 20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조회수 조작으로 형사.입건된 네티즌 박모씨(50.자영업)'ㅇㅇ지존'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는 박씨는 "건강한 토론 문화가 그립다"고 했다. (사진은 본인의 동의를 구해 뒷모습을 촬영함)  ⓒ뉴데일리 " title="▲ 지난 20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조회수 조작으로 형사.입건된 네티즌 박모씨(50.자영업)'ㅇㅇ지존'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는 박씨는 "건강한 토론 문화가 그립다"고 했다. (사진은 본인의 동의를 구해 뒷모습을 촬영함)  ⓒ뉴데일리 ">
    지난 20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조회수 조작으로 형사.입건된 네티즌 박모씨(50.자영업)'ㅇㅇ지존'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는 박씨는 "건강한 토론 문화가 그립다"고 했다. (사진은 본인의 동의를 구해 뒷모습을 촬영함)  ⓒ뉴데일리

     ◆자기와 생각 다르면 '알바는 가라'고 매도해

    이번에 조회 수 조작으로 형사·입건된 네티즌 4인 중 박씨는 시위대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뒤 프로그램을 이용해 허위 클릭으로 베스트 글에 등재된 혐의다. 나머지 3인은 주로 정부 정책 비방과 반정부시위를 담은 글을 쓴 후 클릭 수 조작으로 형사·입건됐다.

    다음 측은 악의적으로 광범위하게 조회건수가 조작되고 있어 선량한 이용자들이 조작된 글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 법에 따라 처리해 줄 것은 경찰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박씨가 클릭 수 조작으로 사용한 방법은 ‘아이프레임’방식. 편집 창에 웹 주소를 지정해 원하는 수를 넣으면 지시한 내용처럼 자동클릭 효과가 있다.  조회건수 10만건 이상 조작한 4인 중 ‘oo오빠’라는 아이디를 사용한 강씨(93만건 조작) 다음으로 조회 수를 높게 조작한 게 박씨(52만건)다.

    박씨는 조회 수 조작 경쟁으로 일어난 웃지 못할 일화도 소개했다. “웹상에서 서로의 글에 댓글로 욕을 달다보면 나중에는 적이 친구관계 비슷하게 되기도 합니다. 아이디만 봐도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나 어떤 글을 쓸지 다 알죠.  어떨 때는 적끼리 찬성도 눌러줍니다”

    "아이디 'ㅇㅇ오빠'와 조회수 조작 경쟁이 한창일 때는 ‘조작 그만 좀 해라. 나도 힘들다’는 말까지 나오더군요. 나중엔 조회수 조작 경쟁으로 밥도 못 먹겠더라구요. 20분 이상 자리 비우면 그사이에 제 조회수를 따라오던데…제가 아이프레임 방식으로 창을 1500개씩 불러오니 PC가 응답을 다 못해서 나중엔 PC가 죽더라구요”

    현재 아고라에서 'ㅇㅇ지존'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는 박씨는 "아고라인들의 생각은 '아고라는 우리 것인데 왜 너희들이 들어 오냐'는 식이다"며 "이걸 자기 거라고 생각하는 게 잘못이다. 이런 식이니까, 자기와 생각이 다른 집단에게는 '알바는 가라, XX' 등이란 댓글로 매도하는 거다"고 했다. 그는 "우리처럼 경찰에 끌려간 사람이야 이런 욕을 듣고, 웹상에서 매도를 당해도 또 글 써도 그만이지만… 일반시민들의 상식으로 글을 올렸다가는 몰매 맞기 십상이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에 대해서도 유서조작설, 타살설 등 아고라에서 계속 떠돌고 있다"며 "유언비어 난무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클릭 수 조작 사건으로 다음에서 조치를 취해서 변경됐지만 예전에는 한 명 당 무한개의 아이디 보유가 가능했다"며 "이런 식으로 토론 글 도배나 여론조작을 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박씨는 건강한 인터넷 소통 문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할까? 박씨는 고개를 저으며 모니터를 가리켰다.

    "조회 수 조작으로 경찰서를 갔다 온 후, 제가 아고라에 네티켓을 지키자는 글을 올린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조차 이렇게 욕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박씨는 "인터넷은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특성의 곳"이라며 "책을 읽으면 여운이 남지만 인터넷 글을 여운도 교육적 효과도 없다"고 주장했다.

    "구글 사장이 대학생들에게 'PC를 꺼라'고 했다죠?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옛날에는 TV를 가리켜 ‘바보상자’를 버려야 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PC를 덮고 책을 볼 때입니다. 토론이요? 효과는 인터넷이 100만 명, 10만 명을 응집시키는 효과야 있겠지만 차라리 일대일로 대면하는 소규모의 건강한 토론 문화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