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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의 새 출발은 뼈를 깎는 자성(自省) 필요한데
아직도 시혜를 베풀듯이 착각 속에 빠져있는 권력의 오만은 아닌가"지난달 재·보선에서 정부·여당은 참패했다. 물론 선거패배는 병가지상사에 불과할 수도 있으나, 이 정부로서는 재·보선마다 참패했던 노무현 정권 때의 악몽을 되새겨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처음에 사소한 것이라고 방치했다가 큰 화를 자초한 것이 한국정치에서 어디 한두 번인가.
"북경에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뉴욕에서 대홍수를 몰고 온다"는 속언이야말로 일기예보를 하는 기상청만이 아니라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여당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경구다. 문제는 들을 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선거 참패조차 무관심한 '나르시시즘'으로 일관한다면, 권력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고 무엇인가.
과연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치겠다"는 심정으로 민심의 목소리를 들을 것인가. 아닌 게 아니라 반대진영에서는 정부를 '동네북'처럼 마구 두들기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증오심마저 넘친다. 독재정부라고 낙인찍고 파시즘으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엊그제 촛불집회 1주년 때는 정부에 대해 소통을 하지 않는다며 폭력을 행사하고도 참여민주주의의 실천자였던 것처럼 강변하고 있다. 물론 이 정부가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귀는 막고 "너, 어디 한번 소통 좀 해봐라" 하는 식의 태도는 '벌거벗고 환도 찬' 고집불통의 무모함으로 비치고 있음을 왜 모르는가.
반대세력의 아우성에는 거품이 있다고 쳐도, 이 정부는 독선적 '마이웨이'에 대해 반성할 것이 있다. 특히 청빈함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MB는 재산을 사회에 헌납한다고 약속했는데, 웬 청빈함인가. 여기서 청빈함이란 '물질적 가난함'이 아니라 '정치적 가난함'을 말한다. MB정부는 권력을 가졌기에 정치적으로 부자다.
그럼에도 같이 나누어 쓰기보다 혼자 즐기는 구두쇠와 같다. 왜 사람을 쓰는 데 그토록 인색하며, 전리품 나누어 주듯 인사를 하는가. 이번 재·보선에서 후보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회의원 후보에서조차 자기 사람만 챙기니, 다른 인사문제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인연이 닿는 사람만을 고집하는 것은 분명 '정치적 탐욕'이다. 그런 탐욕은 이 정부의 출범을 통해 품위있는 국정을 갈구했던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
일찍이 카이사르는 로마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이 강아지와 원숭이를 품에 안고 다니며 귀여워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고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은 전한다. "당신네 나라의 여인들은 아이를 낳지 못합니까." 사람에게 쏟아야 할 사랑을 하찮은 대상에게 낭비하는 것을 냉소하는 말일 터이다. 그럼에도 인연은 닿지 않지만 능력이 출중한 많은 사람들은 내버려두고 한사코 인연이 있는 사람들만을 품에 안고 편애하는 MB정부의 '팔불출'의 모습을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들어도 무방할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정부·여당은 국정의 엄숙함을 되새겨야 한다. 여권 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화합을 권유하는 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국정개혁을 위한 어젠다의 순서다. MB정부는 박 전 대표와 어떻게 화합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국정을 쇄신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정도다. 말은 마차 앞에 세워야지 말 앞에 마차를 세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박 전 대표 측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국정쇄신의 우선과제가 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연히 자리와 직위를 주며 박 전 대표 측을 달래는 데 신경을 쓰기보다 그 노력을 국정쇄신에 관한 조언과 지혜를 구하는 데 써야 한다. 국정의 새 출발을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자성노력과 쓴 말도 감수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한 법인데, 충고를 받을 생각은 없이 시혜를 베풀듯 무엇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아직도 착각 속에 빠져 있는 권력의 오만한 모습이 아니겠는가.
선거에 참패한 정부·여당이 반성하는 마음도 없이 오직 반성하는 모양새만 내느라 분주하고, 국정개혁에 대한 비장한 의지 없이 정치공학적으로만 다가가는 것처럼 '참을 수 없는 권력의 가벼움'을 보여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반성 없는 정부와 웰빙체질인 여당에 어떻게 민심이 모이겠는가. 지금 국민은 정부·여당에 개혁의지가 있는지 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