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악몽을 갖고 있는 중국이 인플루엔자A(H1N1)(신종플루) 본토 상륙을 막기 위해 벌이고 있는 예방책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중국 위생부는 지난달 30일 새벽 6시 멕시코항공 편으로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멕시코 남자(25)가 비행기를 갈아타고 홍콩으로 들어간 직후 고열 증상을 보인다는 보고를 받고 초비상이 걸렸다.
    위생부는 30일 밤 홍콩 당국의 보고를 받은 직후 곧바로 멕시코항공 AM098편에 탑승했던 승객들을 추적해 격리 조치를 취하라고 상하이와 베이징, 광둥(廣東)성 위생당국에 긴급 지시했다.
    중국에 도착하는 외국인들은 입국허가를 받기 위해 중국내 임시 주거지를 신고하고 주거지에 도착하면 공안에 통보해야 하지만 광둥(廣東)성으로 들어간 멕시코인 2명은 끝까지 찾을 수 없었다.
    중국 공안당국은 3일 신종플루 감염환자로 확인된 멕시코 남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중국 본토에 들어온 탑승자 175명 전원의 행방을 마침내 찾아내고 모두 격리조치했다고 발표할 수 있었다.
    동시에 중국은 이날부터 신종플루 감염 상황과 감염환자 접촉자들의 건강상태를 매일 오전 9시까지 위생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일일보고 및 무보고 체계 가동에 들어갔다.
    '무보고제도'란 보고할 것이 없어도 없다고 보고해야 하는 제도다.
    행방이 확인된 승객과 승무원 175명 전원이 전국 각 지역별로 병원이나 호텔에 격리된 상태라는 보고가 올라왔다. 베이징으로 올라온 15명은 곧바로 디탄(地壇)병원에 수용됐다.
    디탄병원에는 멕시코인 5명과 중국인 10명이 입원했다. 의료진은 2차감염 가능성을 우려해 완전무장한 상태였다. 간호사들은 승객들이 불편을 호소하지 않을까 걱정해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격리조치를 받은 15명의 승객들은 병실이 너무 비좁을 뿐 아니라 병원에서 주는 식단에 변화도 없고 식욕도 당기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중국은 디탄병원에 격리된 사람들의 불만이 들끓자 이들을 인근 호텔로 옮기는 한편 호텔 주변에 공안들을 2중으로 배치해 외부인들의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이와 함께 서비스 요원과 소독 요원 등 일부 직원만 남기고 나머지 호텔 근무자들은 전원 출근을 금지하는 한편 출근을 허용받은 소수 직원들에 대해서는 전원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시했다.
    보안요원과 호텔 직원들은 호텔 정문 50m 전방 주차장 앞에서 외부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호텔 내부에서도 공안들이 순찰을 하고 있어 호텔 진입은 불가능한 상태다.
    이와 관련, 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 멕시코 외무장관은 2일 중국이 멕시코인들에게 수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 차별적인 격리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자국 국민에게 중국으로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
    에스피노사 장관은 "중국은 특히 신종플루 증상을 보이지 않는 멕시코인들까지 격리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이는 이론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대우"라고 강조했다.
    또 호르헤 구하르도 주중 멕시코대사도 3일 중국 정부가 신종플루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는 70여 명의 멕시코인 관광객들을 호텔과 병원에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구하르도 대사는 또 중국 당국에 의해 격리 조치된 이들 중에는 캄보디아로 휴가를 갔다 중국으로 돌아온 광저우(廣州) 주재 멕시코 총영사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국민이 격리된 호텔 중 한 곳인 궈먼(國門) 호텔측과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고 직접 찾아갔을 때는 공안에 의해 출입을 저지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쥔(成軍) 디탄병원 부원장은 "우리 병원에서 격리조치를 받고 있는 멕시코인들 중에 부당대우를 받은 사람은 없다"고 해명하고 "이들은 2일 밤 인근 호텔로 모두 옮겼다"고 덧붙였다.
    청 부원장은 "모든 격리자들에게 침대와 냉장고, 화장실, LCD TV 등을 갖춘 독방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혈액 샘플 접수에서부터 신종플루 감염 여부 확인까지 12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신속진단법을 마련, 전국의 84개 유행성 독감 측정 실험실에 배포했다.
    중국은 지난 2003년 사스 발생 당시 340명의 목숨을 잃었다.(베이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