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걷기의 기적 ⓒ 뉴데일리
    ▲ 걷기의 기적 ⓒ 뉴데일리

    출판 편집자로 일하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갑상선 이상으로 몸져눕는다.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게 된 그녀를 위해서 의사가 내려준 처방은 ‘걷기’. 그 순간부터, 걷기는 죽음의 문턱을 드나들던 그녀에게 반드시 통과해야 할 삶의 관문이며 재기를 향한 유일한 희망이 되었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요령을 배우고, 지구상 최초의 인간처럼 직립보행의 방법을 하나하나 터득해가면서, 그녀는 걷기가 단순한 치료의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임을 깨닫는다.
    각고의 노력과 훈련의 시간이 지나고, 기적처럼 몸이 정상을 되찾자, 그녀는 자신이 체험한 그 놀라운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

    걷기란 무엇인가? 이 본질적인 질문에 천착한 저자는 걷기에 관련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수차례 인터뷰를 통하여 걷기가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기술하고, 아울러 고금의 저술에 드러난 걷기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폭넓게 소개한다.
    걷기를 즐기며 삶의 질을 높일 목적으로 설립된 수많은 걷기 동호회들, 걷기를 수단으로 하여 육체적, 심리적 질병의 치유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설립된 각종 협회들, 특히 비행청소년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마련된 걷기 프로그램의 성과 등을 소개하면서, 그녀는 걷기의 의학적 효과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역설한다. 특히 1장, '아름다운 동행'에서 소개된 장애자들과 환자들의 걷기는 수많은 제약과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이 어떻게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는가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또한 역사적으로도 걷기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갈망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까마득한 옛날, 새로운 대륙을 향해 대규모 이동을 시도했던 호모 사피엔스에서부터 동서양의 재화와 문화가 왕래했던 실크로드의 대상들, 엘도라도를 향해 떠났던 유럽의 탐험가들과 도보로 북극을 횡단했던 모험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울러 걷기를 사고의 필요조건으로 생각했던 철학자들, 걷기에서 뛰어난 문학적 영감을 받았던 세계적인 작가들, 화가들, 음악가들, 무용가들이 발견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읽는 이의 흥미를 더한다.

    걷기의 효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불면증이나 만성피로 등의 경미한 증세는 물론이고 당뇨나 심장병과 같은 중대한 질환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비만치료를 위한 체중조절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음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병을 치료하겠다는 절실한 의도에서 걷기에 모든 것을 걸었으면서도, 저자에게는 항상 한 권의 예쁜 책을 가지고 다니는 여유가 있었다. 채 몇 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의 치명적인 상태에서도 저자는 책을 통해서 작가들과 함께 먼 길을 떠났고, 심지어 상상 속으로 먼 여행길에 나서기도 했다.
    저자는 서문과 결론 부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죽음의 공포와 좌절의 고통 속에서 보냈던 내 생애 몇 달 동안, 나는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길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토록 함께 걷기를 꿈꾸던 사람들을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었다. (...) 이 책은 내가 받은 커다란 축복, 즉 걷기에 관한 증언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걷기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은 지금 이 시간에도 걷기를 계속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태어날 수 있었다. 내가 걷기를 통해 발견한 기쁨과 열정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 싶다."
    걷기를 통해서 질병과 좌절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기쁨의 체험을 기록한 이 책은 손 안에 쏙 들어가는 아담한 판형으로 제작되어, 걷기를 삶의 방식으로 선택하는 한국의 독자들이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기파랑 펴냄, 232쪽,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