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 뉴데일리
    ▲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 뉴데일리

    이 책은 오랫동안 현대사회의 소비문화를 연구해온 한 인문학자의 세상 읽기이다. 저자는 현대사회의 중심에는 소비라는 특징적인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수백만 원에서 많으면 수천만 원하는 고가의 명품들과 유명 브랜드들에 유혹을 느끼면서도 낭비와 사치의 문제에 대해서는 또 일제히 손가락질하는 자기 분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앙리 르페브르의 구조언어학적 분석틀과 장 보드리야르의 풍부한 사례, 마르셀 모스의 소비 개념과 토르스타인 베블런의 소비와 계급의 연관성, 롤랑 바르트의 광고와 신화 생산의 메커니즘과 르네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 이론 등을 우리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분석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오류로 판명된 가설을 버리고 지속가능한 분석들만으로 우리 사회를 조명하여, 소비사회를 사는 현대인의 정경을 하나의 작은 액자에 넣었다.

    이 책은 현대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따끔하게 질책하기도 하며, 동시에 힘들고 고단한 우리를 따뜻하게 위로해주기도 한다. 저자를 따라 현대성의 정경, 즉 인간의 욕망과 소비, 유행과 광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우리의 잃어버린 자아를 찾게 된다. ‘자기 시대에 주체적으로 살기’는 시대에 대한 야합이 아니라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현대의 모습을 잘 담고 있는 예술적 아이콘인 팝아트의 여러 작가들과 작품들을 분석하여 보여준다. 팝아트 작품들이 재현해내는 현대사회와 소비, 현대인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이와 함께 교양과 문화만이 현대인의 일그러진 계층 상승의 욕망과 장벽을 자연스럽게 허물 수 있다는 저자의 믿음과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기파랑 펴냄, 280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