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용한 열정, 반기문 ⓒ 뉴데일리
    ▲ 조용한 열정, 반기문 ⓒ 뉴데일리

    2007년 1월 2일부터 집무를 시작하는 UN의 8대 사무총장 반기문 전 외교부 장관을 근접 취재한 기자들이 쓴 책이 출간됐다. 지난 2000년 외교부 차관 시절부터 약 7년에 걸쳐 반기문 사무총장을 취재해온 조선일보 이하원 기자와 안용균 기자는 반 사무총장의 어린 시절부터 UN 사무총장이 되기까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취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취재 현장에서 목격한 반 사무총장의 모습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전달했다고 말한다. 기댈 데라고는 자신의 능력과 성실함밖에 없었던 시골 소도시의 한 가난한 소년이 외교관이 되겠다던 어린 시절의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 결국 UN의 수장이 되기까지의 모습을 그리면서, 한편으로는 그 놀라운 성공의 비결을 조명하고 또 한편으로는 치열한 외교 현장의 이면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기자 특유의 취재력으로 꼼꼼하게 담아냈다.

    여타 평전들과는 달리, 이 책이 독자들을 사로잡는 매력은 아마도 저자들이 현장에서 목격하고 취재한 실화의 힘에 있을 것이다. 공동저자인 이하원 기자는 2000년에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정빈 씨의 첫 마디를 기억한다.
    "어이, 내가 참 복이 많은 사람이야, 반기문이를 차관으로 데리고 장관을 하다니. 복이 많아. 앞으로 장관은 그냥 하는 거야."
    반 총장에 대한 이 '무조건적'인 평가에 호기심을 느낀 이 기자는 단순히 외교부 취재에 그치지 않고, 안용균 기자와 함께 반 장관의 가족과 친구, 동료와 선후배를 직접 찾아나서 반 총장에 대한 그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그러나 저자들이 반 총장에게서 가장 주목한 점은 외교관으로서의 능력보다는, 일과 사람에 대한 그의 믿음과 열정이다. 그들은 반 총장의 성실한 자세가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책의 서문에서 그들은 반 총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반 총장은 37년간 외교관 생활을 하는 동안, 때로는 좌절을 겪고, 견제도 당하지만, 한 순간도 일과 사람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반 총장이 취해 온 외교정책에 대해 이견을 가진 사람은 있어도,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까닭입니다.'
    그들은 반 총장이 '따듯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고속 승진이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미안해서, '승진해서 죄송하다'하는 백여 통의 편지를 일일이 손으로 써서 보내는 반 총장에게서 그들은 성공의 숨은 비결을 간파한다. 공금이라면 백 원짜리 동전 하나까지 무섭게 여기는 반 총장에게서 그들은 공무원이 가져야 할 양심과 정직성을 발견한다. 말단 직원의 어려운 사정을 헤아리고, 해직 위기에 놓인 부하직원을 살리기 위해 대통령을 설득하는 반 총장에게서 그들은 진정한 카리스마를 발견한다. 그들이 인용한 한 외교관의 말에서 독자들은 반 총장의 '따듯한 카리스마'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반 총장에게 리더십이 없다고 하지만, 이것은 그분의 참모습을 몰라서 그러는 겁니다. 반 총장의 리더십은 후배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게 해주는 따뜻한 카리스마입니다. 자신과 함께 일하는 조직을 온화하게 만들어서, 후배들이 스스로 맡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했습니다.'

    이 책에는 영어 전문가로 유명한 이익훈의 48쪽 짜리 해설집과 두 장의 음반이 부록으로 제공된다. 반 총장의 열렬한 팬인 이익훈 씨는 2006년 10월 13일, 반기문 총장이 UN 총회에서 했던 사무총장직 수락연설을 해설한 내용을 음반에 담고 글로 써서 영어를 공부하는 독자들에게 뜻 깊은 선물을 준비했다. 반기문 총장이 UN 사무총장에 취임한 날을 국경일로 정하자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이익훈 원장은 '반기문 총장의 영문 연설은 세련된 고급영어로, 독해에서 논술 그리고 정통적인 영어에 대한 경험까지, 총망라할 수 있는 기회다. 또한 다양한 영어표현을 배울 수 있어서, 완벽한 어구해설과 번역을 해 놓은 반기문 총장의 수락연설문은 가장 값지고 소중한 영양이 풍부한 영어지식 자료”라고 주장한다.

    기파랑 펴냄, 227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