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은 22일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더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지지자)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다.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된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며 "적어도 한발 물러서서 새로운 관점으로 저를 평가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친형 건평씨 사건 이후 국민에게 사과할 계기를 찾던 중 자신을 겨냥한 박연차 회장의 사건이 터지고 뒤이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마저 구속되는 일이 생겼다고 언급한 뒤 "이제 저는 이 마당에서 더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며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의 분노와 비웃음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전 비서관에 대해 "그는 저의 오랜 친구이고, 저는 그 인연보다 그의 자세와 역량을 더 신뢰했다"며 "그 친구가 저를 위해 한 일인데 제가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느냐. 저를 더욱 초라하게 하고 사람들을 더욱 노엽게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 전 비서관의 비자금 조성에 대해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이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제 제가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이라며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제가 이미 인정한 사실만으로도 저는 도덕적 명분을 잃었다"며 "이제 제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사법절차 하나만 남아있는 것 같다"고 언급, 인터넷 글을 중단하고 검찰 수사에 적극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나아가 "저는 오늘 아침 이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이 사이트를 정리하자는 제안을 했다"며 "이제 `사람사는 세상'은 문을 닫는 것이 좋겠다"고 홈페이지 폐쇄를 선언했다.

    한편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폐쇄 선언과 관련, 논평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은 이제 역사가 돼버렸다"면서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모든 평가는 역사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