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곡을 들어도 결코 귀에 거슬리는 일 없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재생을 보여주어 상당히 모범적 성향의 제품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하이엔드적 기질과 아날로그적 기질을 중용적으로 겸비한 성향으로 이 제품의 특징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는 아날로그 마니아이다. 물론 디지털 음의 매력도 충분히 인정하는 편이지만, 현재 운영하고 있는 턴테이블이 2대에 톤암 4조, 카트리지 6조를 운영하고 있으니 한 대의 플레이어로 음악을 감상하는 디지털 대비 분명 아날로그 마니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두 대의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새로운 턴테이블만 보면 호기심과 더불어 구입하고 싶은 충동마저 생기니 도대체 이 몹쓸 욕심과 병은 언제쯤 없어질지 모르겠다. 

    최근 이런 필자에게 강한 호기심과 관심을 갖게 해준 턴테이블이 하나 있다. 특히 외국 사이트나 오디오 잡지 등을 통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제품이었는데 드디어 국내에도 수입이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고 리뷰 의뢰까지 맡게 되었으니 또 한 번 몹쓸 병이 도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독일 브링크만 사의 밸런스라는 모델인데, 최상의 하이엔드 플레이어로 명성을 얻고 있는 동사의 최상급 기종이다. 브링크만 사는 독일에 근거지를 둔 하이엔드 턴테이블 제조사로 1984년 창립 후 첫 작품으로 발표한 밸런스 모델의 경우 무려 24년에 걸쳐 개량되어 완성된 상징적인 모델이다. 특히 이번 리뷰 모델은 브링크만 톤암에 진공관 전원부, HRS 받침대 등 풀 옵션을 갖춘 그야말로 최고 사양의 제품으로 시청 전부터 필자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아날로그 플레이어의 경우 설치 및 세팅의 문제로 대부분 출장 리뷰가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수입사의 친절한 배려로 자택 리뷰이니 그야말로 호사도 이런 호사는 흔하지 않을 것 같다. 

  • 퇴근 후 만사 제쳐두고 부리나케 집으로 향한 필자의 리스닝 룸에 도착한 브링크만의 첫 모습은 일단 필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필자의 경우 일단 턴테이블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 요소가 바로 중량급의 플래터이며, 이런 측면에서 일단 브링크만의 듬직한 플래터는 강한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듬직한 스틸 재질에 무게만도 20kg의 초중량급 플래터이며, 특수 알루미늄 블록의 정밀 가공에 저공진을 위해 구리를 첨가한 구조로 강한 신뢰감을 갖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중량급의 플래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회전시킬 수 있느냐가 질 높은 플레이어의 관건인데, 이런 측면에서 완벽한 베어링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브링크만 사의 경우 회전의 안정성과 견고성 부분에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완벽한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부속되는 전원부의 경우 센터 축 베어링 부분의 오일을 히팅하여 최적의 회전을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이번 필자의 리뷰 시스템의 경우 진공관 전원부가 추가된 최고 사양으로 이 경우 원래의 전원부는 히팅 기능만을 수행하며, 진공관 전원부가 모터의 회전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만큼 브링크만 사가 플래터의 안정적인 회전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획기적인 것으로 당연히 음향적인 우수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플래터 이외의 톤암 타워 역시 정밀한 가공을 통해 구성되었다. 전체적인 구조는 풀리지드 타입이며, 부속되는 HRS 받침대까지 일단 외양 측면에서 극도로 정교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시청에 동원된 브링크만 톤암의 경우 최상의 평가를 받고 있는 하이엔드 톤암으로서 밸런스 모델과의 최적의 매칭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톤암이다. 암의 무게는 10kg 정도로 매우 가벼운 구조이며, 카운터 웨이트와 베어링 하우징은 스틸 재질, 모든 부품은 블랙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이며, 특히 톤암 튜브의 경우 공진을 발산하도록 표면을 특수 처리하는 등 밸런스 턴테이블과의 조합에 손색이 없는 최고의 기술적 내용을 담고 있다.

    시청은 우선적으로 브링크만 EMT-Ti 카트리지로 진행했다. 이 제품은 출력 전압이 0.21mV로 다소 낮은 관계로 골드문트 PH-3 포노 앰프의 하이게인 모드로 접속하였다. 필자가 바이올린 곡의 시청 소스로 즐겨 듣는 밀스타인의 마스터피스 앨범 중 첫 번째 곡을 감상하면서 다소 의외의 느낌을 받았다. 만듦새나 구조를 볼 때 상당히 현대적이며, 리지드 방식의 전형적인 음을 상상했으나, 나오는 음의 경향은 의외로 유연하고 온도감 높으며, 기분 좋게 리스너를 감싸는 듯한 성향의 음을 얻을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 부분의 경우 윤곽을 강조하는 경향보다는 풍성함과 온화함을 기본으로 넓은 스테이지를 형성하며, 재생되는 스케일감 측면에서는 역시 중량급 턴테이블의 면모를 보여준다. 바이올린 독주부의 하늘하늘하고 우수 어린 느낌은 분명 쉽게 얻을 수 없는 강한 매력이다. 자신을 강하고 화려하게 드러내는 경향보다는 소박하고 우수 어린 절묘한 표현력으로 아날로그 사운드의 진면목을 느끼게 해주었다. 시청 소스를 바꾸어 일련의 현악곡들을 들어 보아도 음의 경향과 표정 자체에는 변화가 없었다. 특히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독특한 음의 촉감과 우수 어린 표현력은 절정의 아름다움으로 당초의 기대와 다른 음이 표현되어 다소 의외의 인상을 받은 것이지 표현되는 음 세계의 매력은 대단히 설득력 있고 아날로그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대편성 곡 역시 온화한 온기 속에 투명한 음장 공간의 형성과 부드러움을 수반한 곡의 전개가 일단 눈에 띈다.  특히 악기간의 분리도에 따른 해상력이나 광대역 등의 특성은 과연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제품의 하이엔드적 성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카트리지를 조금 더 현대적인 성향을 갖는 트랜스피규레이션의 오르페우스로 교체하고 재 시청에 임했다. 먼저 밀스타인의 동일 곡, 전반적인 음의 경향이 상당히 변모된 모습을 우선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바이올린 독주의 경우 더 선이 굵고 윤곽이 분명하며, 음색적으로도 화려한 모습으로 변모된다. 오케스트라의 반주 역시 조금 더 스케일의 확대와 현대적인 해상력이 강조되는 경향으로 에지가 살아있는 음의 성향을 보여 준다. 이어지는 다른 곡들의 시청 시에도 EMT 대비 좀더 현대적인 느낌의 힘 있고 남성적인 경향으로 두 카트리지의 성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단 개별 카트리지의 음의 경향에 따른 평가는 분명 개인의 호 불호 문제일 것으로 여겨지며, 종합적인 시청평은 1) 정숙성의 뛰어남, 2) 음의 윤곽과 에지가 부드러움, 3) 저역이 인상적일 정도로 맑고 풍성함, 4) 대역 밸런스는 안정적인 중저역의 무게 중심을 바탕으로 고역을 강조하는 스타일은 아님, 5) 적절한 온도감과 중립적인 음색, 6) 스피커 뒤쪽 공간으로 펼쳐지는 무대감에 따른 입체감이 뛰어남 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압도적인 정숙성과 스테이지의 입체적인 형성 등의 능력은 분명 필자의 기대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 최상의 장점이며, 어떤 곡을 들어도 결코 귀에 거슬리는 일 없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재생을 보여주어 상당히 모범적 성향의 제품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하이엔드적 기질과 아날로그적 기질을 중용적으로 겸비한 성향으로 이 제품의 특징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턴테이블 2조에 톤암을 4조나 운영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플레이어에 대한 욕심을 갖는 필자의 경우 특히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조합과 다른 성향의 뛰어난 음을 경험했을 때 소유욕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특히 EMT 카트리지와의 조합 시 보여 준 극도의 유연함을 수반한 회고적 음색에 필자는 마음을 빼앗긴 것 같다. 아마도 한동안의 고민을 가져다 줄 브링크만의 존재감과 음의 개성은 분명 하이엔드 턴테이블의 한 정점에 선 제품으로 아날로그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가치가 충분한 제품으로 최종 평가를 내린다.

     

    수입원 : 소노리스 (02)581-3094
    ·가격 : 2,400만원
    ·추가 옵션 : 브링크만 EMT Ti 카트리지(500만원), 브링크만 10.5인치 톤암(750만원), 브링크만 RoNt 진공관 파워 서플라이(480만원), HRS M3(340만원)
    ·무게 : 3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