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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밍 라스무센에 의해 1985년 창립된 그리폰 사는 덴마크의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이다. 많은 애호가들이 인정할 만큼 그리폰 사의 지난 20여 년간의 행보는 분명 우리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하이엔드 메이커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며, 발표하는 제품마다 많은 이들의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등 항상 시대의 선구자적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고 필자는 평가하고 싶다. 포노 앰프를 데뷔작으로 이후 앰프 및 스피커, 소스기기까지 이제는 종합 오디오 메이커로 성장한 동사는 오디오의 불모지인 덴마크를 세계 오디오의 중심으로 진출시킨 선구자적인 메이커. 그리폰은 이후 등장한 덴마크 중요 업체의 맏형 격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이렇듯 오디오의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선 그리폰의 인기 비결과 강점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우선적으로 디자인과 사운드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동사의 강점을 정리해 보겠다.
그리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독특한 모양의 로고이다.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 사자의 몸통을 가진 그리스 신화의 동물로서 로고의 디자인부터 예사롭지 않은 미적 감각을 선사한다. 이는 제품 디자인과 설계에도 그대로 이어져 동사의 제품들은 한결같이 독특하고 정성스러운 만듦새를 보인다. 특히 현대의 공예품을 연상시키는 탁월한 디자인 감각은 단순한 오디오 제품을 뛰어 넘어 예술적 작품으로도 평가될 수 있는 수준을 보여준다. 이는 창립자인 라스무센 씨의 전공이 미술과 그래픽이라는 사실에도 기인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고객의 소유욕을 극대화시키려는 제품 철학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사운드적 측면에서도 포노 앰프로 출발한 회사답게 특유의 따뜻하고 유연한 경향을 바탕으로 청각을 자극하는 경향보다는 항상 리스너를 편안하게 음악에 잠길 수 있게 만드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것은 곧 열렬한 동사의 팬들의 확보로 이어졌다. 이외에도 아낌없는 물량 투입과 완벽한 설계 사상을 바탕으로 항상 사용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제품을 출시하여 비록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이지만 내용을 보면 누구나 수긍하게 만드는 합리성 역시 동사의 강점이라고 평가된다.
이번 디지털 소스기기 특집에 참가한 제품은 미카도 CD 플레이어로서 동사 최초의 디지털 기기이자 최상위 기종이다. 특히 이 제품은 소스기기 분야에서도 동사를 인정받게 한 계기를 마련한 제품으로 유명하며, 그 만큼 모든 면에서 동사의 이미지에 부끄럽지 않은 내용과 실력을 자랑한다. 외관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한눈에도 그리폰 제품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 톱 로딩 방식인데, 개폐 동작부터 상당히 매끄러우며 신뢰감을 준다. 특히 제품의 내용을 잠시만 살펴보아도 그리폰 사가 레퍼런스 CD 플레이어를 위해 쏟은 열정과 정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모든 점이 완벽한 설계 사상과 물량 투입으로 이루어졌다. 메이커 측에 따르면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가장 좋은 D/A 변환 기술을 찾아내기 위하여 전 세계에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들의 성능 평가 및 음향 튜닝을 거쳤다고 한다. 그 결과로 채택된 DAC 부는 AKM 사 설계의 델타 시그마(Delta-Sigma) 제품으로, 24비트/96kHz의 사양을 갖는다.두 개의 각각 분리된 전원부를 갖춘 ‘Dual Differential’ 방식으로 채널 당 두개씩의 AKM D/A 컨버터를 배치하여 완벽한 채널 분리 특성의 보장과 ‘Out-of Band Noise’ 특성의 최적화를 통해 다이내믹 레인지를 대폭 증가시키는 등 CD 플레이어 신호 처리의 심장부인 DAC 부에 쏟은 동사의 열정은 가히 그동안 앰프 제품들에서 보여 준 동사의 무결점적 완벽주의 설계 사상이 투입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트랜스포트 부에는 필립스 CDPRO2 메커니즘을 기본으로 메탈 섀시 구조로 재설계하여 동작의 안정성 및 진동 대책에 대한 보강을 이루었다. 이외에도 내부 배선 최소화를 통해 단순한 신호 처리 체계의 실현, 네거티브 피드백을 철저히 배제한 퓨어 A클래스 아날로그 회로 채용, 완벽한 모듈 설계 방식에 입각한 듀얼 모노 구조 등 단순한 일체형 CD 플레이어로 보기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특히 디지털 회로, 아날로그 회로 및 디스플레이 회로의 철저한 분리를 위해 4개의 특주된 토로이달 트랜스를 별도로 설치하여 상호 간섭에 의한 영향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구조이다.
하이엔드 메이커로서의 명성과 자부심을 걸고 개발한 동사 CD 플레이어의 음향 경향은 어떨지 필자 역시 첫 경험이라 많은 기대를 걸고 시청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선택한 곡은 제니퍼 원스의 앨범 중 6번째 곡인 ‘And So It Goes’이다. 필자가 오디오 제품 테스트용으로 즐겨 듣는 곡인데, 피아노 반주 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보컬이 일품이다. 보컬과 건반악기의 미세한 표현력, 양자간의 원근감을 테스트하기에 아주 훌륭한 곡인데, 첫 시청부터 미카도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단 펼쳐지는 음장 공간의 투명함이 눈에 띄며,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보컬과 피아노의 조화는 살포시 감싸는 듯한 이미지로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이어지는 이사벨 파우스트의 현악기의 질감 표현은 골드문트와 같은 관능적인 매력보다는 더 중립적이고 편안한 느낌의 펼쳐짐으로 특히 온도감이나 배음 측면에서는 적수가 없을 듯한 특징을 보여주었다. 이는 포노 앰프로 출발한 동사답게 상당히 자연스럽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의 재생음향으로서 동사의 타 제품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리폰사의 일관된 음향 철학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의 이미지 역시 비슷한 느낌이며, 첼리비다케의 브루크너 교향곡 역시 고품위한 음색의 바탕 속에 세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현악군의 분리감 측면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 주어, 적어도 해상력 측면에서는 현대 최고 수준의 하이엔드적 성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이어지는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의 경우 취향의 호 불호가 가려질 수 있는 경향인데, 안정적인 토대 위에 밸런스 높게 펼쳐지는 음장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며, 단 거친 부분을 강하게 표출하는 총주 부분에서는 다소 지나치게 정돈되어 있다고 느낄 만큼 곡의 이미지 대비 약간은 얌전한 성향을 보여 주었다. 이는 이 플레이어의 성향 자체가 매끄러움과 밸런스를 최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음의 경향에 기인하는 요소라고 판단되며, 기본적으로 강한 비트의 음악보다는 클래식 중심의 음악에서 최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듯하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2악장을 들어 보면 얼마나 음악적인 표현력이 대단한지 체험할 수 있으며, 저절로 눈을 감고 낭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꿈을 꾸는 듯한 아름다움은 시청 후에도 계속 연상될 만큼 고차원적 예술 세계로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
그동안 그리폰의 CD 플레이어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필자조차도 시청 후 상당한 인상을 받았음을 먼저 언급하고 싶으며, 특히 아날로그적인 디지털 재생음이라는 성향이 특히 만족스러웠던 부분이었다. 아름다운 자태의 미카도는 특히 클래식을 중심으로 한 음악의 미적 세계 표현에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며, 여유롭고 질감 풍부한 소노리티의 펼쳐짐에는 분석적인 성향의 리뷰라는 본연의 의무를 잊고 음악에 잠길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수입원 : DST코리아 (02)719-5757
·가격 : 1,375만원·출력 레벨 : 4.2V(밸런스), 2.1V(언밸런스)·S/N비 : -102dB 이하(20Hz-20kHz)·디스토션 : 0.007% 이하
·대역폭 : 0-48kHz(-3dB)·출력 임피던스 : 20Ω·소비 전력 : 45W(최대)·크기(WHD) : 48x10x37cm ·무게 : 11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