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중부 지역에서 6일 강진이 발생해 최소 150명 이상이 사망하고 1500여명이 부상했으며, 유서 깊은 중세 도시가 거의 잿더미로 변했다.

    지진은 이날 새벽 3시32분(현지시각) 로마에서 북동쪽으로 110㎞ 떨어진 아브루초주(州)의 중세 산간도시 라킬라시(市) 인근에서 발생했다고 이탈리아 ANSA 통신과 AFP 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이 전했다.

    이재민 수는 현재까지 7만여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사망자와 부상자 수 등 피해 규모가 구조 작업이 진행되면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 지역에서는 4월에 접어들면서 적어도 9차례의 작은 진동들이 있었다. 이번 지진의 규모를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6.3이라고 밝혔으나, 이탈리아국립지구물리학연구소는 6.2라고 말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즉각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러시아 방문 일정을 취소한 뒤, 헬기 편으로 라킬라 지진 현장을 찾았다. 앞서 로베르토 마로니 내무부 장관도 현장을 방문했다.

    현지 구조 대원들은 지금까지 어린이들을 포함해 최소 15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현지 관리들은 라킬라시의 교회와 건물, 학교 대부분이 붕괴된 만큼, 구조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라킬라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1500명 가량이 부상했다"면서 "현재 4000명의 구조 대원들이 작업을 하면서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사람들을 찾아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킬라에는 각각 8∼10명 수용 능력의 텐트 2천개를 세워 캠프를 조성하고 있으며, 생존자들을 위해 이 지역 호텔에서 4천개의 침대를 예약해 놓은 상태라고 ANSA 통신은 덧붙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라킬라 교구 담당 대주교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강진으로 인해 숨진 "어린이를 포함한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명복을 빌었다고 로마 교황청이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은 이날 앙카라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 강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이재민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피해 가정들에 위로를 전하고자 하며, 우리의 구조팀이 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러시아,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모로코 등의 정상들의 위로 전문들이 속속 답지하고 있으며, 인명 구조 및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팀 파견 제의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지진으로 라킬라 성당의 돔을 포함해 르네상스 및 바로크 시대의 건물들이 대부분 무너졌으며, 현장에서는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건물더미에 갇혀 있는 생존자들을 구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시모 키알렌테 라킬라 시장은 주민 10만명이 집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피했으며, 라킬라의 유서 깊은 건물들이 대부분 훼손됐다고 말했다. 

    길거리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로 가득찼고, 구조대원들은 생존자들을 찾고자 탐지견을 데리고 달리는 모습도 보였다.

    주민 대부분은 십여 차례의 여진이 건물들을 뒤흔들자 거리로 뛰쳐 나왔으며, 일부 주민들은 옷가방만을 챙겨 라킬라를 떠나기도 했다.

    구조대원들은 한 4층 건물에서 생존자 서너명을 구조했으나, 갇힌 채 울부짖는 여성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건물의 지붕을 들어 올리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무너진 한 대학 기숙사에서 몇몇 대학생들이 가까스로 탈출했으나, 기숙사에는 여전히 대여섯 명의 대학생들이 갇혀 있는 상태이다.

    의사들은 라킬라시 병원의 수술실이 하나 밖에 없어서 야외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카스텔누오보시(市)에서도 도심지역이 마치 폭탄을 맞은 듯한 모습을 연상시킬 정도로 큰 타격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5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로마에서도 주택의 진동을 느낄 정도로 지진의 여파는 로마에까지 미쳤다고 주민들은 전했다.(제네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