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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윤창준 칼럼이 세칭 ‘아스팔트 우파’에 대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냉대를 질타한 적이 있다. 그러자 한나라당의 정몽준 최고위원이 그 글을 인용하면서 그 분들은 '극우'가 아니라 '행동하는 우파'라고 대접해 주었다.
3월 15일자로 나온 동아일보 이재호 칼럼도 그분들에 대한 시각이 너무 불공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그분들도 좀 더 ‘진화’할 것을 당부하는 배려도 하고 있다.그런데 도대체 ‘극우’란 과연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가. 첫째, 자유민주주의 헌법, 다원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 복수정당 제도, 복수의 독립된 자유언론의 존립을 인정하지 않고 헌정체제 내의 자유주의나 온건 좌파의 위상까지도 인정하지 않는 폭력적 우익 일당독재, 그리고 그것을 성취하는 수단과 절차상의 정당성, 도덕성, 합법성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바로 사전적인 의미의 '국우'다.
한국의 아스팔트 우파로 분류된 인사들은 그런 사전적 극우의 조건과 속성을 단 한 번도 드러낸 적도 없고 지향한 적도 없고 그것을 위해 일탈적인 폭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 그들이 반대한 것은 대한민국 제헌정신을 무시하고, 헌정질서와 법질서를 훼손하려는 반헌법 세력의 위법, 불법, 폭란, 이적행위, 국가정체성 훼손을 반대한 것이다. 다른 누구보다도 분명하고 강한 목소리로-그 남달리 높았던 목소리와 누구보다도 힘찼던 행동양태를 혹 '극'이라 부르겠다면, 더군다나 좌파 군중폭란의 경우처럼 쇠파이프와 화염병으로 현행법을 상당한 정도로 계획적으로 위반한 적도 없었기에 그것은 오히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애국적 열정의 극진한 표현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극도의 열정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목숨 바쳐 사수하는 것을 특정한 파시스트 철학으로 무장한 무장 폭력 극우 단체'와 똑같은 것이라고 의도적으로 한 묶음으로 섞어서 분류해서는 안 된다.
‘극우’란 또한 8.15 해방공간 이래 남로당과 그 계승자들이 자기들의 통일전선에 가담하지 않는 인사나 계열을 불문곡직 친일 매국노, 극우 파시스트, 반동분자로 몰아친 데서 비롯한 상투적인 용어다. 지금도 친북, 종북주의자들은 전통적 우파(아스팔트 우파)와 뉴라이트를 막론하고 자기들을 반대하면 모조리 친일매국, 사대매국, 극우, 반민족, 반민주, 반민중, 반통일로 몰아 때리고 있다.
’극우‘ 운운을 이런 맥락에서 짚어 본다면 그것은 이념적 상대방의 악의적인 선전선동 파트가 제작해 내는 모략, 중상, 거짓선동, 흑색선전, 명예훼손, stereotyping, scapegoating, 낙인 행위(labelling), 음해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경우라면 대중이 그에 현혹당하는 것을 우려할 수는 있지만 그 정당성은 손톱 만큼도 인정할 수 없다. 그것은 한 마디로, 사람 잡는 악질 거짓 소문 퍼뜨리기다. 과거 남로당은 김구 선생도 그분이 남북협상에 참가하기 이전, 반공 입장에 서있었을 때는 ‘반동분자’로 매도했으니까-.
이명박 정부가 아스팔트 우파를 냉대한 것은 그 진영을 구성하는 멤버들이 반좌파 투쟁은 하지 않고 정권교체의 과실만 따먹은 얌체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당수는 또 이른바 “좌우를 아우르겠다’는 ‘말’을 만들기 좋아하는 강단주의자들 이기도 하다. 이런 백면서생들의 나이브한 설정은 이미 ‘촛불’ ‘용산’ 이후 완전히 묵사발이 된 채 파산선고를 받았다고 해도 좋다. 쌤통이라고 하면 너무하는 것일까.
아스팔트 우파는 한 마디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그 수혜자한테 가벼운 존중의 인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상처입은 마음들이다. 그 인사들의 구호, 선전 담론, 행동양식, 발언 하나에 대해 이런 저런 보다 나은 대안을 들며 비평하는 것은 물론 좋다. 그러나 그들을 솥뚜껑으로 자라 잡는 식으로 상투적인 올가미와 색칠하기로 불문곡직 ‘극우’로 몰아치는 것은 우선 정확한 진단이 아니다. 옛날에 모두를 일괄 ‘용공 불순분자’로 몰아치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한국이 선진화 단계에 와 있다고? 그러나 대중은 물론 일부 교육받았다는 먹물들까지 그런 역(逆) 마녀 사냥 광풍에 휩쓸리는 판이라면 그런 사회는 선진화를 말할 자격이 없다. 선진화는 고사하고 먼저 ‘무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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