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신문사들의 심각한 경영난을 타개할 방안으로 이들을 대학교와 같은 비영리법인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힘을 얻고 있다.

    신문사들을 비과세 비영리법인으로 만들어 기부금을 받아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혁신적 방안은 최근 경기침체와 인터넷 언론의 등장으로 신문사들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유력 신문사를 거느린 모기업들마저 잇따라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가는 등 비상 국면을 맞은 가운데 나왔다. 

    현재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시카고 트리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뉴헤이븐 레지스터 등 전통을 자랑하는 신문들이 파산보호 신청을 제기하며 존망이 위태로운 상황이며, 그외 상당수 신문사들도 비상경영 국면을 맞고 있다. 

    예일대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데이비드 스웬센은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기부를 통한 운영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신문업계는 이들을 위협한 경기 변화의 파고로부터 벗어나 독립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을 내야 한다는 부담을 벗어나 광고주의 압력을 차단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영리화의 방향으로 가더라도 거대 기부자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는 우려는 그 하나다.
    또 정치 과정에서 특정 후보들을 지지하는 등의 정치적 주장을 펴는 것이 현재보다 어려워져 오히려 언론 자유가 제약을 받게 되리란 우려도 있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언론사들을 살릴 만큼의 기부금을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비영리화의 길을 걷는 선례도 있다. 

    각 언론사들의 탐사보도를 지원하는 프로퍼블리카 등이 그 예. 골든웨스트 파이낸셜 경영인인 허버트와 메리언 샌들러 부부가 설립했으며 기부금을 모아 연간 1천만달러까지 탐사보도를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04년 잔 크록으로부터 1억9천400만달러의 기부를 받은 국립공공라디오(NPR) 역시 기업체 등의 기부금을 받아 주요한 재원을 충당한다. 

    `존 앤 제임스 나이트 재단'의 앨버토 이바구엔 회장은 스웬센의 아이디어에 찬성하면서도 일반 기관이 주주들에게 신문산업에 대한 투자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뉴스 전문 언론사를 지향한 글로벌포스트는 애초 비영리기관을 지향했지만 잠재적 기부자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가 여의치 않자 결국 영리화를 택한 경우다. 

    그러나 비영리 찬성론자들은 뉴스 공급기관의 공공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최근 들어 각 언론사들이 비용 때문에 전쟁지역과 오지 취재를 꺼리고 있는 점을 영리화가 야기하는 주요한 폐단으로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전 편집인인 스티븐 콜은 기부를 통해 모든 신문을 살릴 순 없겠지만 사회에 필요한 탐사보도와 국제보도 등을 유지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신문 가운데 하나가 결국 이 같은 기능을 맡게 될 것이며 누구든 먼저 앞서가는 이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리 신문의 경영인들 상당수는 여전히 현 위기를 벗어나면 상황이 호전되리란 전망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빌 켈러 경영편집인은 최근 독자들과의 온라인 대화에서 기부를 받더라도 경기순환의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며 비영리화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비영리화를 바라는 이들은 워런 버핏, 빌 게이츠와 같은 뜻있는 자선사업가들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언론사에 투자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헤이븐<美코네티컷주>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