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한나라당의 불만이 크다.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련법을 기습상정하며 쟁점법안 처리에 가속을 붙인 상황에서 김 의장이 미디어 관련법 직권상정 의사가 없다고 밝히자 당 주류측은 들끓고 있다. 특히 원내 대책을 책임진 홍준표 원내대표는 김 의장의 행보가 답답하다. 

    7일 국회에서 열린 당직자회의에서도 김 의장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홍 원내대표는 다시 김 의장을 입박했다. 마이크를 잡자 홍 원내대표는 가장 먼저 '바람직한 공직자상'을 거론했다. 그는 "누구나 그 자리에 있을 때 그 자리에서 누리는 영광과 명예도 있고, 그 자리에 있을 때 책무를 수행해야 된다"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악역을 해야 될 순간이 오면 악역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 발언이다.

    곧바로 비판수위를 더 높였다. 홍 원내대표는 "자기환상과 자기도취에 젖어 그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공직자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나라의 어려움은 도외시하고 자가 자리 지키기에만 급급하고 그 자리에 연연해 이미지 관리만 하려고 하는 태도는 공직자로서, 특히 선출직 공직자로서 옳은 태도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홍 원내대표는 거듭 "선출직 공직자가 국민 앞에 임하는 자세는 분칠만 하고 이미지 관리만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른 알렉산더 대왕의 일화를 예로 들며 "매듭을 그대로 두고 또 봉합해서 다음으로 넘어가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매듭이 있으면 단칼에 잘라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야당에도 "폭력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고 점거한다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우리는 갈 길을 갈 수 밖에 없다"면서 "야당의 폭력적 의사진행 방해와 상임위회의장 점거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명분을 더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라"고 경고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자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에게 "모든 위원회를 개회해 법안을 처리하고 표결처리를 해라"고 주문했다. 그는 "표결처리를 막으면 막는 대로 해 달라"며 "그래야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의) 명분을 갖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