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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를 타고 가면 안될까"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이날 처음 모습을 드러낸 '도심형 온라인 전기자동차'를 시범 탑승한 뒤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KAIST가 개발해 이날 시연한 그린카는 기존 배터리 전용 전기자동차와 달리 '스마트 도로'위를 달리기 때문에 최대 주행거리가 무제한이며 별도 충전을 위해 정차할 필요가 없는 새로운 개념의 전기자동차다.
이날 KAIST 학위수여식 참석에 앞서 시연을 참관한 이 대통령은 당초 50m만 전기자동차를 타기로 돼 있었지만, "이 차를 타고 (학위수여식장까지) 가면 안되겠느냐"고 요구해 약 500m 거리를 달려 행사장에 도착했다. 전기자동차에 오른 이 대통령은 취재진의 요구에 "성공하길 바라며"라고 구호를 외쳤으며, 도착 후에는 "과학학교에 와서 과학적으로 이동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시승에 앞서 이 대통령은 서남표 총장 등 KAIST 관계자들과의 환담에서 "국가가 어렵고 세계적 위기에 한국 과학자들이 뭔가 해야죠. 그래야 자원이 없어도 되겠구나 (생각하지 않겠나)"며 기대를 표했다. "사람이 자원"이라는 참석자들의 말에 이 대통령은 "그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거듭 독려했다.
KAIST가 선보인 전기자동차는 얇은 철판 모양의 급전(給電) 장치가 깔린 '스마트 도로'위를 달리게 되며, 주행이나 정차 중에도 충전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전자석 원리를 이용한 도로 급전장치에서 전자 자기장을 자동차에 가하면 전기가 생성돼 자동차를 이동시킬 수 있는 전력이 만들어진다.급전장치가 없는 곳에서도 차량 배터리를 이용, 최장 30km 가량을 달릴 수 있어 빠른 시일내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KAIST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탑승했던 대부분 구간도 급전장치가 없는 도로였다. 이날 시연한 모델은 최대 시속 40km에 탑승인원은 4명이다.
특히 KAIST가 개발한 시스템의 전력 효율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PATH팀(Partners for Advanced Transit and Highways)이 달성한 59%보다 높은 80% 수준이다. 또 KAIST는 "도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시설단가도 미국이 km당 10억~15억원이 드는 데 반해, KAIST 시스템은 1/5 수준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막대한 충전소 건립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 도로 위를 달리는 도심형 전기자동차는 급전장치에 매설된 센서를 이용, 차량 스스로 주행이 가능하며 마치 기차처럼 무리지어 운행하는 군집주행이 가능해 극심한 교통정체를 극복할 수 있다. 차량의 공기저항을 최소화함으로써 전체 에너지 사용량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KAIST 연구팀의 설명이다. 스마트 도로 인프라를 통해 차량의 위치 정보 역시 실시간 정확히 이뤄진다.
이 대통령은 KAIST 연구진의 설명을 들은 뒤 "서울이나 (도심에) 구간을 정해 시범적으로 해야겠다. 도심형 전기자동차가 버스전용차선에 들어가면 되지 않겠나"고 아이디어를 즉석 제안했다. 임춘택 KAIST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 제안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며 "스마트 도로가 모든 도심에 있을 필요도 없으며 배터리만으로도 30km 주행이 가능해 도심 간선도로에서 차고지까지 이동이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오늘 시연한 실험모델이 2단계 실용화 기반을 거쳐 2011년 경에는 개발을 완료, 시범도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될 경우 대규모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며 CO2 배출량 감소, 대기오염 문제, 기후변화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AIST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녹색성장 시대에는 모든 면에서 앞서 가야 한다"면서 "정부는 녹색기술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올해부터 작년보다 두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절약기술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등 녹색기술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정부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신성장동력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기초과학, 원천기술, 거대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졸업생들을 향해 "눈앞의 자기 이익만 좇기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와 인류를 위해 무엇으로 기여할 것인가를 항상 생각해달라"며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쓰이는 과학기술이나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윤리가 배제된 과학기술은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인이 갖춰야할 요건은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니라 인간의 보다 나은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이 선행돼야한다"며 "첨단과학기술과 함께 올바른 인간이 됐을 대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위수여식에서는 국내 개인 기부 최고액인 578억원을 KAIST에 기부해 화제가 됐던 원로 한의학자 류근철(83) 박사가 명예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수석졸업생인 조길영씨(물리학과)에게 대통령상을 줬고 류 박사에게도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고 격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