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용산 철거민 농성장 참사를 두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선 진상규명, 후 책임추궁'이란 당 입장을 정리했지만 당 지도부에서 문책론이 나오며 정작 지도부의 손발이 안맞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1일 차기 경찰청장에 내정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도 "사고 경위 여하를 불문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자 문책이 조속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선 진상규명, 후 책임추궁'이란 입장을 정리했는데 홍 원내대표는 다시 책임론을 주장하고 나선 것.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여러명의 인명피해가 일어났으니 미적거리다가는 지난 촛불정국같이 민심이 격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홍 원내대표는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민심 수습을 위해 설 이전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당이 입장정리를 했음에도 홍 원내대표가 엇박자를 낸 표면적 이유는 여기에 있다.

    쿠키뉴스에 따르면 홍 원내대표는 이날 일부 기자와 만나 "김 내정자가 결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다음달 쟁점 법안 처리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어제 (조속한 퇴진을) 얘기했다. 그렇게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조기 퇴진을 재차 촉구한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과격시위가 과잉진압을 불렀지만 빨리 (김 내정자에게) 책임을 묻고하면 넘어갈 수 있는데 이게 안되면 2월 국회가 '김석기 국회'가 될 수 있다"며 "2월 국회가 '김석기 국회'가 되면 모든 것이 엉클어진다"고 덧붙였다.

    당의 선 진상규명 입장에 대해서도 그는 "책임추궁에 따른 사법적 책임을 받는 것과 정치적 관리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다르다"며 "즉각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또 "2월에 쟁점법안을 종결하면 (모든 문제가) 끝날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라며 "5년 내내, 정권 내내 보수와 진보가 대결을 벌일 것이다. 보수는 10년간 만들어진 사회체제를 변혁하려 할 것이고 진보는 이를 막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도 “사고경위 여하를 불문하고 이번 사태 책임자 문책이 좀 더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진상규명은 사법적 책임을 물을 때에 나오는 것이지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경우에는 진상규명 이전에 조속히 책임자를 문책해 민심수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희태 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으로 결정했고 그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못박았고 홍 원내대표의 책임론 요구에도 "홍 대표도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나눈 끝에 결정한 것"이라며 "토론 과정에서 나온 다른 의견을 확산시키고 강조하는 것은 조직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언짢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