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비겁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간 상황에서 침묵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인데 이회창 총재가 이끌고 있는 자유선진당 한 의원의 입을 통해서다.

    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 전 대표는 원칙을 내세우는 정치인으로,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자처해왔으나 지금 어디에 있느냐"면서 "아무런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누가 감금한 것도 아닌데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분명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독선과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제동을 걸어야 할 입장임에도 침묵하고 있다"면서 "너무도 비겁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회 파행의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돌렸다. 그는 "이 대통령이 갈등을 더 증폭시키고 조장하며 부추기는 원격 조정자로 나서고 있다"면서 "이는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입장을 포기한 것으로 각성과 반성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침묵을 비판한 사람은 이 의원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민주당 전병헌 의원도 지난 2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박근혜, 침묵이 길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국회가 의회 독재 음모에 철저히 유린당하는 사이, 박 전 대표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서 사라졌다"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침묵은 금이라지만,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권 1순위 선수가 입다물고 있는 것은 비겁이고 그를 지지하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전 의원은 "적어도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야심있는 정치인이라면, KBS, YTN 사태 등과 이번에 국회에 제출한 각종 반민주악법 종합세트에 대해 스스로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라"며 "한나라당 주류의 일방통행식 의회운영 방식에 동의하는 것인지, 문제 있다고 보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그저 한나라당 당론에 묻혀갈 요량이라면 더 묻지 않겠다"며 "대신 이 정권의 반민주적 일탈행위에 한 마디 비판도 하지 못한다면,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라는 말은 스스로 거두기 바란다. 적어도 그런 수준의 자칭 대통령 후보들은 널려있으니까…"라고 시비를 걸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에선 이런 야당의 공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친박연대 엄호성 정책위의장은 30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박 전 대표가 일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태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민주당 모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입장을 밝히라고 주장했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 저의가 뭔지 궁금하다"며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분명히 입장을 밝히리라 보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그 분 뜻이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