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연내 처리를 계획했던 114개 'MB 법안'을 85개로 줄인 한나라당. 그러나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 뒤 연내 법안 강행처리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점차 코너로 몰리는 분위기다.

    새해 예산안 처리 당시만 해도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 등이 동참하면서 '예산안 단독처리'에 대한 여론의 역풍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연내 쟁점법안 강행처리를 예고한 한나라당의 상황은 예산안 처리 때와는 달라졌다. 선진당과 친박연대가 이번엔 한나라당 반대편에 섰다.

    과반을 훌쩍 넘는 172석을 확보하고 있어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도움을 받으면 한나라당 단독 강행처리는 가능하지만 '단독강행처리'에 따른 역풍 우려가 크다. 29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월 8일까지 '여야 대화 시한 연장'이란 새로운 카드를 던진 김 의장으로서도 한나라당 단독 강행처리를 위한 직권상정에는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선진당은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연내 강행처리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이날 열린 당 5역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외통위 처리에 대한 사과도 없이 본래의 방침대로 연내에 일괄 강행처리를 감행하면 우리 당은 이러한 여당의 행위를 다수의 힘에 의한 반민주적 폭거로 규정하고 단연코 거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14개에서 85개로 처리법안을 줄였으나 선진당은 이 역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류근찬 정책위의장은 이날 논평에서 "85개 법률안은 소수의 정부입법을 제외하면 대부분 12월 23일~26일 사이에 제출된 것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 의장은 "당초 정부발의 법률안이었으나 의원입법으로 이름을 바꿔 제출되는 이른바 바꿔치기 법률안이 등장했고 85건 가운데 45건인 53%가 12월 23일 이후 제출돼 법안 상정에 필요한 요건조차 갖추지 않고 있다"면서 "한마디로 자격미달 법안이 수두룩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은 일방적 강행처리를 포기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민이 필요로 하는 법안, 경제살리기에 필수적 법안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며 "그외 법률안은 입법절차를 준수하면서 공청회 등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마땅하다"고 요구했다. 선진당은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단독상정에 대한 사과도 요구하고 있다.

    친박연대도 마찬가지. 친박연대 역시 선진당과 마찬가지로 FTA 비준동의안 단독상정에 대한 한나라당의 사과와 쟁점법안 연내 강행처리에 반대입장이다. 전지명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연말을 넘기더라도 쟁점 법안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반드시 합의처리 하겠다는 약속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국민 대다수는 여야가 합의해 쟁점 법안을 분리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야간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 처리해야 할 쟁점 법안을 여당이 기어코 강행하면 우리는 본회의장에 불참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는 "단독으로 법안을 강행처리 한다면 예상되는 정국 혼란과 국민적 저항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심각한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선진당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은 지난번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사과를 먼저 국민과 야당에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론도 불리하다. 국민 절반 이상이 국회 파행 책임 당사자로 한나라당을 꼽고 있고 쟁점 법안 처리에 대해서도 여야간 합의처리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한나라당을 더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동서리서치가 지난 27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에서 쟁점 법안 처리 방법을 묻자 '여야 합의 하에 법안마다 분리해 처리해야 한다'는 응답이 81.4%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단독으로라도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응답은 14.7%에 불과했다. 국회 파행에 대한 1차적 책임도 한나라당에 있다고 봤다. 응답자의 51.2%가 1차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을 꼽은 응답자는 20.1%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