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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지만 그 뿌리가 매우 깊고 매우 넓게 형성돼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좌파 세력의 국론분열 기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8일 박세직 회장을 비롯한 재향군인회 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념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작심한 듯 포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늦은 감 있지만 한참 시끄러울 때 재향군인회만 초청하는 것에 무슨 얘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이라면서도 평소보다 긴 17여분 동안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먼저 대북 지원 문제를 꺼내들었다. 이 대통령은 "배고픈 북한 동족을 우리가 동정하고 도와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과, 우리가 이념적으로 북한 세력을 동조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고 못박은 뒤 "얼마든지 같은 동족으로서 북한 주민이 굶주리는걸 도와야한다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빙자해 좌파 세력이 이념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이미 시대착오"라고 말했다.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거둔 북한을 경유하는 천연가스 도입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음에도 경색된 남북관계 책임을 물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인 일부 세력에 대한 반박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또 새 정부 출범 이후 전면적 남북 대화를 제안하고 '비핵개방 3000'으로 대표되는 일관된 대북 정책을 지향하고 있음에도 과거 정권의 햇볕정책과 맹목적 비교를 하며 이념적 공격을 하는 데 대한 적극적 방어로도 풀이된다.
"남북 관계, 줄 건 주더라도 요구할 건 하는 정상적 관계돼야"
이 대통령은 "많은 분들이 남북관계가 경직됐다고 하지만 경직된 게 아니라 정상적 관계로 가야 하는 것"이라며 "자칫하면 남북관계를 해치지 않을까 하는데 줄 것은 주더라도 우리가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관계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동족들에게 지원을 좀 더 하려고 하며, 북한도 조건없이 인도적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국군포로, 이산가족, 납치자 문제 등에 북한이 인도적 대응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제까지 기록을 보면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어떤 만남에서도 이것이 요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적 남북관계가 돼야 미래를 보면 도움이 되는 것이지 할 말이 있어도 안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국회 국정감사가 정부 정책을 놓고 실효적인 발전 노력이 아닌 이념적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도 함축된 것으로 읽힌다. 또 강도높은 정책·개혁 드라이브를 위한 '지지세력 다지기'와 함께 미국발 금융쇼크로 인한 국내 시장의동요를 막고 조속한 위기 극복을 위해 소모적 논란은 차단해야한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틈만 나면 분열, 틈만 나면 국가 흔들려는 세력…누굴 위한 것이냐"
이 대통령은 "나는 이 땅에 이념논쟁을 일으키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대한민국은 어떻게 하든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21세기 모든 나라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이미 승리했고 인류번영과 국가발전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대대로 자유민주주주의가 승리했지만 사회민주주의는 밥도 먹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틈만 나면 국가를 분열시키고, 틈만 나면 국가를 흔들려는 세력은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 아니다.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정권 바뀐 지 7개월, 그동안 여러 갈래로 분열된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우리가 다시 한번 힘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우리가 목표하는 길을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사회주의가 정통성있는 것처럼 기술한 교과서있어"
교과서 논란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어서 고쳐야하는 것이 아니다. 교과서 문제도 정상적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민주화, 산업화에 성공했지만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비판적으로 써놓고, 오히려 북한 사회주의가 정통성있는 것 같이 돼있는 교과서가 있다"면서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돼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 잡아놓고 바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회가 열렸으니까 많은 일을 해야할 것"이라며 "이번 국회가 (민생개혁법안을) 얼마만큼 통과시킬지 모르지만 우리가 새로운 시대에 바로잡기 위해서 국회가 바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