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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숭례문 전소 뒤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자는 "우리 국민 모두가 십시일반 모은 국민 성금으로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정부 예산으로 복원할 수 있지만 국민성금으로 복원하는게 오히려 국민에게 위안이 되고 의미가 되지 않나 싶다"는 게 이 대통령의 당시 제안 취지였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압도적인 국민 지지로 당선된 이 대통령의 당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할 때였지만 숭례문 복원을 위한 '국민성금' 제안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이 대통령의 제안에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더구나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남대문을 개방한 점 때문에 네티즌들은 '이 대통령 책임론'까지 꺼냈다. "본인이 시장 때 남대문을 개방한 것을 사죄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인수위는 "이 당선자가 말한 본의가 제대로 전달이 안 돼 오해가 생긴 부분이 있다. 정부가 강제적으로 모금하자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역대 어느 대통령 보다도 큰 표차로 당선되며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출발한 이 대통령인데 그의 집권 초반 지지율은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 떨어진 신뢰가 회복되진 않은 상황이다.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한 데는 인터넷 상에서 무분별하게 퍼진 '광우병 괴담'이 주요 원인이란 분석도 있지만 이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도 큰 몫을 했다는 데는 정치권에서도 별 이견이 없다. 이후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말실수를 줄이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고, 이 대통령도 언행에 많은 신경을 썼다.
7일 여의도에선 '달러 모으기 운동'제안이 나왔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환율이 폭등하면서 나온 이색 제안이다. 이 제안의 주인공은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 4선 의원으로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국회에선 제1야당이던 한나라당 대표까지 역임한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당 국감대책회의에서 "집집마다 100달러, 500달러가 있을 수 있는데 전 국민이 외화통장을 만들어 통장에만 넣어도 장기보유 외환이 된다"며 "지도부에서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97년 외환위기 때 자발적으로 이뤄진 '금모으기 운동'처럼 '달러 모으기 운동'을 하자는 게 김 의원 제안의 취지다.
하지만 이 역시 여론의 반응은 냉랭하다. 네티즌들은 김 의원 제안에 "왜 무슨 일만 있으면 무조건 국민한테 먼저 손을 벌리고 부담을 지우려 드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구나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정이 '1% 부자만을 위한 감세'라는 야권의 공세와 맞물리면서 일부 네티즌들은 "한나라당 당원, 강남 종부세 대상자 들끼리 우선 모아봐라"고 비꼬고 있다.
이 대통령 지지율 급락에도 한나라당 지지율은 여전히 타 정당을 크게 앞서고 있다. 아직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있기 때문이란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민주당에서도 '여론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분리해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경우에서 보듯 잦은 실수, 특히 언행의 실수는 여론의 기대를 실망으로 돌린다.
한 번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 역시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와 여권 인사들의 잘못된 언행에 크게 기인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2004년 탄핵 역풍으로 7%로까지 정당 지지율이 추락한 바 있고 다시 신뢰를 얻는 데 적지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국민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보는 잣대는 야당 시절보다 더욱 날카롭고 냉정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