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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49)씨가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맡을 것이란 관측을 두고 김성조 여의도연구소 소장은 7일 한 시사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죽은 문제도 아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여의도연구소는 한나라당 싱크탱크로 정책현안 분석과 정책 제안을 하는 핵심기관이다. 김 소장은 "시기를 보고 있다기보다는 살아 있는 문제라고만 봐달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으로 임명하기로 한 사람은 3명. 현재 부소장은 권택기, 곽창규 의원이 맡고 있다. 남은 한 자리가 공석인데 예전부터 현철씨는 부소장 자리에 관심을 보여왔다. '김현철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설'은 지난 8월에도 나왔는데 그 당시 언론에서는 최종 결정권자인 박희태 대표가 자신과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나, 김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의 후원자로 대선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현철씨를 부소장으로 임명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보도를 했었다.
그러나 김 소장은 당시 '김현철 부소장 내정설'에 "부소장은 정책이나 전략에 경험이 있고 신뢰를 받고 인증된 분들로 임명해야 한다"며 "이런 분들로 내정해 둔 상황"이라며 선을 그었다. 당내에서도 현철씨의 여의도연구소 행은 현철씨가 지난 4·9 총선에서 낙천한 데 따른 보상적 성격이 짙다는 점과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보은인사'라는 비판이 많았다. 이렇듯 당내 반대기류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여의도연구소를 통해 정치 일선에 복귀하려던 현철씨의 꿈은 무산됐었다.
또 현철씨 낙천을 두고도 김 전 대통령과 청와대 사이에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김 전 대통령은 측근인 김무성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한나라당 공천은 아주 실패한 공천, 잘못된 공천"이라며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며 반감을 표출했다. 김 전 대통령은 공천을 주도했던 이재오, 이방호 전 의원을 향해 "이재오·이방호 낙선된 것을 보고 좋아서 잠이 안온다"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현철씨 여연 입성 가능할까
이미 물 건너 간 얘기가 된 '김현철 부소장 내정설'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현철씨의 여의도연구소 입성이 과연 이뤄질 것인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 야당은 1993년 이건개 대전고검장 등 정·관계 인사 10여명이 구속된 '슬롯머신 사건'에서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덕일 형제가 현철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각종 사업상 특혜를 보장받았고 김 전 대통령에게 막대한 선거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의혹은 곧 묻혀 버렸지만 이 사건은 현철씨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게 된 계기였다.
이어 97년 한보사건이 터지면서 '산업은행의 한보 특혜대출 배후는 김현철'이라는 의혹과 함께 결국 부친인 김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담화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 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권력을 농단했다는 이미지가 씌워진 현철씨는 조세포탈혐의로 2년을 복역했으며 사면복권된 뒤 17대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입성을 거부당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김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현철씨의 비리전력과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현철씨 영입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김 소장의 이같은 발언과 함께 지난달 30일 김 전 대통령 부친 홍조옹이 별세한 것이 현철씨 정치권 컴백에 도움을 줄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장례식장에는 정·관·재계를 비롯해 거물급 인사들의 '조문정치'가 이뤄졌고, 정치권에서 물러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김 전 대통령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건재함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김영삼의 정치적 건재'가 한나라당 지도부에 심리적 압박감을 안겨 현철씨 거취에 힘을 실어주지 않겠냐는 것이다.이와 관련, 여의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계속 살아 움직이고 있더라 그 얘기(김현철 부소장설)가… 계속 오고 가는 것으로 안다"고 전하며 "그래도 (현철씨가)좀 더 자숙해야 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