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균형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면서 개설한 인터넷 토론 사이트 '민주주의2.0'을 둘러싼 잡음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고 있다.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회원부터 운영자인 노 전 대통령까지 매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

    민주주의2.0 논객들과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의 논객들간 설전이 벌어졌다. 민주주의2.0 논객들이 아고라는 "편협하고 과격하다"며 아고라의 전철을 밟으면 안된다고 주장하자 아고라 회원들이 격분하고 나선 것. 사이트 개설 직후부터 시작된 이들의 격론은 25일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필명 '전화'는 민주주의2.0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아고라 회원은 민주주의 2.0을 그들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자들의 보루 또는 교두보로서 취급하고 있다"며 "도대체 누가 그들에게 이 사이트를 그들만의 장소로 제공했다는 것인가"라고 아고라에 적대감을 드러냈다. '동해'는 "아고라는 사실 일정 부분 욕을 먹을 만 하다"며 "아고라에 일부 사람들은 수준 이하가 맞고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과 다르면 무조건 틀리다고 우긴다"고 아고라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아고라 회원들은 "왜 아군에 총질하느냐" "민주주의 2.0은 아고라의 방식을 대폭 받아들여야 한다" 등 불쾌감을 드러냈다. '거제돌고래'는 "아고라에서 많은 활동을 한 사람들이 이쪽으로 왔다"며 "괜한 주제로 서로 얼굴 붉히는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이 사이트를 통해 직접 논란에 뛰어들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4일 노 전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했다. 노 전 대통령이 23일 "호남 출신 의원들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고 말하자 박 의원이 분통을 터뜨린 것. 박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노 전 대통령 자신은 어디 표로 당선됐느냐"고 따져물으며 "호남표로 당선하고서는…배은망덕한 말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주의2.0 개설을 둘러싼 한겨레신문과 친노 진영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지난 20일 한겨레신문은 사설을 통해 "지금 시점에서 전직 대통령이 직접 토론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는 건,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을 확산시키며 정치적 ‘반목과 대립’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의 사이트 개설을 비판했다.  

    그러자 노무현 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21일 인터넷 토론사이트 '서프라이즈'에 '아직도 정신 못차린 한겨레 사설 유감'이란 글을 올려 "노 전 대통령이 직접적인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도 아니고 빈 깡통이라고 할 수 있는 2.0 사이트를 운영만 해주는 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는 것을 보니 이런 신문을 과연 정론지라고 할 수 있는지 심한 회의가 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