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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8일자 오피니언면 '광화문에서'에 이 신문 육정수 논설위원이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화며 소개합니다.
태국은 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군중이 정부청사를 점거하고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그런 나라의 왕실이 촛불시위를 예로 들고 “데모를 해도 한국이 훨씬 크고 폭력적이지 않느냐”며 우리의 ‘태국 여행 자제’ 권고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의 경제성장에서 배우려고 하는 태국의 왕실에서 나온 반응이라서 더욱 부끄럽다.
우리나라의 유난스러운 불법 폭력시위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크게 손상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한 조찬 모임에서 미국 영국 등 외국 대사관이 10개도 넘게 있는 대한민국 상징 거리에서 100일 넘게 시위가 벌어지도록 내버려둔 정부를 비판하며 “법질서가 무너졌다”고 혹평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명분으로 불붙은 촛불시위는 법질서와 법치의 문제를 심각한 차원에서 제기했다. 야간 정치집회, 도로 점거, 폭력 행사, 공공기물 파손이 분명한 위법인데도 시위대는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구실로 자위(自衛) 내지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정당화한 국민의 저항권 논리를 끌어댄 억지다.
경찰관을 붙잡아 옷을 벗기고 린치를 가하면서 정당방위라고 억지를 썼다. 물대포를 사용한 진압작전은 폭력이며 과잉진압이라고 몰아세웠다. 경찰의 대응이 집단 폭력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소극적이었는데도 폭력시위 주도세력은 ‘공안정국’이니 ‘백골부대’ 같은 1980년대 독재정권 치하에서나 쓰이던 용어를 들먹였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지난주 정당한 법집행 과정에서 생긴 물리적 피해에 대해선 경찰관을 면책(免責)하겠다고 말했다. ‘불법 폭력시위+필요한 한도 내의 공권력 행사+다소의 물리적 피해’라는 3가지 요건이 맞으면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는 뜻이다. 당연한 법의 원칙을 천명한 말에 불과하다. 일부 세력은 이에 대해 “국민 협박성 발언”이라거나 “경찰의 폭력을 부추긴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으니 답답하다.
광화문 일대에서 가게를 꾸리는 상인들은 오랫동안 지속된 촛불시위로 손해가 막심했다. 이들이 시위 주최 측에 집단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은 정곡을 찌른 대응이었다.
2200여 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때 법가(法家)의 토대를 이룬 한비자(韓非子)의 말이 요즘 같은 시기에 새겨볼 만하다.
“하인이 주인을 위해 일하는 것은 충실하기 때문이 아니라 보수를 받기 때문이다. 주인이 하인을 잘 대우하는 것은 친절하기 때문이 아니라 하인이 열심히 일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수레 만드는 기술자는 사람들이 모두 부귀해지기를 바라고, 관을 짜는 기술자는 사람들이 일찍 죽기를 기다린다. 수레 만드는 사람이 더 착하고, 관 만드는 사람이 더 악해서가 아니다. 사람들이 부자가 되지 않으면 수레가 안 팔리고, 사람들이 죽지 않으면 관이 안 팔리기 때문이다.”
성악설(性惡說)에 기초한 한비자의 법가 사상은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파악하고 엄격한 법치를 통해서만 백성을 다스릴 수 있다고 봤다. 진(秦)의 시황은 이를 실천해 중국 최초의 강력한 통일국가를 이룩했으나 법치를 너무 가혹하게 실행하는 바람에 15년 만에 붕괴됐다.
무엇보다 법가사상은 지도자부터 법을 솔선해서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